[기자수첩] 국가수사본부장 인선에서 출신은 고려하지 말자

이학준 기자 2023. 3. 2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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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수통'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지 하루 만에 낙마하면서 신임 국수본부장 인선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수사구조 개혁으로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는 대등한 협력관계가 됐는데, 전국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국수본부장에 검찰 출신이 오면 검찰이 다시 수사권을 장악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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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사회부 이학준 기자

검찰 ‘특수통’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지 하루 만에 낙마하면서 신임 국수본부장 인선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 내부 인사를 지명할 것인지, 또다시 외부 공모 절차를 통해 검찰 출신을 임명할 것인지 여부다.

국민에게는 공명정대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억울한 사람이나 법망을 빠져나가는 범죄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국수본부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과 리더십을 갖춘 국수본부장이 경찰이냐, 검찰이냐는 부차적 문제다.

차기 국수본부장이 갖춰야 할 최우선 자질은 ‘출신’이 아니라 ‘능력’이다. 개개인의 자질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경찰 내부 인물이라서 경찰 수사를 더 잘 이끌 수 있다거나, 경찰보다 수사역량이 뛰어난 검찰 출신이 필요하다는 등 출신을 능력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 출신 국수본부장을 향한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내부에 ‘수사통’으로 꼽히는 경찰관들도 많은데, 굳이 검찰 출신이어야 하냐는 목소리다. 정 변호사가 국수본부장으로 임명되자 경찰 내부망에는 “’가오’까지 스크레치가 난다”거나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달라” 등 반발 댓글이 이어졌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주장이 눈에 띄었다. 수사구조 개혁으로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는 대등한 협력관계가 됐는데, 전국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국수본부장에 검찰 출신이 오면 검찰이 다시 수사권을 장악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권과 기소권 완전분리를 최종 목표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경찰관들이 그 부산물인 국수본 독립을 위해서는 수장을 외부인사로 해야 한다는 입법 취지에는 왜 반대하는지 완전히 납득하기 어렵다.

국수본 핵심은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을 분리하고 경찰청장을 통한 수사 개입을 원천 차단하는 등 수사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 있다. 국수본부장 임명절차에 경찰청장이 개입하는 것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는 의미다. ‘수사 독립성’을 외치면서 경찰청장이 추천하는 경찰관이 국수본부장에 올라야 한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모순인 셈이다. 조지호 경찰청 차장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국수본부장 인선과 관련해 “외부 임용을 기본으로 한 입법자의 취지가 있다고 본다”는 발언도 이런 의미로 풀이된다.

초대 국수본부장도 경찰 내부 인사였다. 첫 출범인 만큼 조직 안정화와 시스템 정착이 최우선이었던 점을 고려해도 남구준 전 국수본부장이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 의문이다. ‘한국판 FBI’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첫 시험대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서는 김만배씨의 2019년 금융 거래에 횡령·배임이 의심된다는 첩보를 검찰보다 5개월 먼저 입수하고도 입건 전 조사(내사)만 하다 주도권을 검찰에게 빼앗겼다. 늑장수사를 넘어 뭉개기 수사라는 질타까지 받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하지 않을 국수본부장이 필요하다. 경찰의 자존심이나 검찰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가 아닌 국민을 위해서다. 국민들은 특정 출신에게 충성하기보단 국민을 위해 경례하는 경찰을 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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