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AT1채권 2750억弗 달해···부동산대출 몰린 美 중소銀도 '위태'
퍼스트리퍼블릭, 신용등급 또 강등
美대출 중소은행 비중 38% 달해
예금이탈땐 글로벌 시장 전체 위기
바이든 정부, 버핏에 백기사 요청
6개 중앙銀 통화 스와프 강화키로
유럽의 세계적인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위기가 일단 진정되기는 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CS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AT1)이 휴지 조각이 되면서 2750억 달러에 달하는 유럽 AT1 시장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미국의 금융시장도 아슬아슬하다. 대형 은행 1곳이 문제였던 유럽과 달리 미국은 중소형 은행들 전반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노출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전 세계 중앙은행과 금융 당국이 일사분란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미국 은행에서 예금 이탈이 가속화할 경우 위기는 다시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연준과 캐나다·영국·일본·스위스·유럽중앙은행(ECB) 등 5개국 중앙은행은 19일(현지 시간) UBS의 CS 인수(32억 달러) 발표 후 달러화 스와프 협정상의 유동성 증대를 위해 공동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달러 스와프에 따른 달러 공급 효과를 키우기 위해 최소 다음 달 말까지 7일 만기물의 운용 빈도를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늘릴 계획이다.
CNBC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JP모건체이스 등 미 대형 은행 11곳이 300억 달러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한 중견 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의 신용등급을 ‘B+’로 이날 또다시 강등했다. 15일 ‘A-’에서 투자 부적격 등급인 ‘BB+’로 4단계 강등한 지 불과 4일 만이다. S&P는 대형 은행들의 유동성 공급으로 퍼스트리퍼블릭이 단기적 위기는 피하겠지만 자금 조달, 수익성 문제 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프라이빗뱅킹에 주력해온 퍼스트리퍼블릭에는 특히 고액 자산가들의 예금이 많아 예금 이탈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진단이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초조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억만장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미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지역 은행 위기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을 설득해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한 대형 은행들의 지원을 이끌어낸 데 이어 이번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버핏 회장에게 ‘구원투수’ 역할을 요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버핏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위기에 빠지자 50억 달러를 투자해 유동성 위기를 해결해준 바 있다.
대규모 민간 자금 투입에도 퍼스트리퍼블릭의 위기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미국 전역의 중소 은행들은 ‘뱅크런’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미국 사회과학연구네트워크(SSRN)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미국 은행 약 200개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시 뱅크런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중소 은행 업계와 정치권으로부터 은행 예금에 대한 연방 보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거센 압력을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미국 은행권의 고통이 결국 실물경기를 덮칠 것이라는 비관적 목소리도 커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전체 대출의 38%는 상위 25위권 밖의 중소형 은행에 집중돼 있으며 전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중소형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67%에 달한다. 토르스텐 슬록 아폴로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은행들이 자본 비율을 높이기 위해 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미국 경제가 올해 중반쯤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치권에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책임론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파월 의장이 빠르게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지역 및 중소 은행 감독에 소홀했으며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도 못 잡았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NBC방송에서 “파월 의장은 통화 정책과 규제를 다루는 임무를 맡고 있고 두 가지 모두에서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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