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피플] '쓰촨성의 명장' 되어 돌아온 SEO ① "진심은 어디든 통하더라"
(베스트 일레븐=안산)
▲ 피치 피플
중국 슈퍼리그
청두 룽청
서정원 감독
서정원 감독을 만나니 반가운 감정이 밀려왔다. 중국 클럽 청두의 지휘봉을 잡은 후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였기도 했지만, 처음 겪었을 해외 지도자 생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청두 룽청을 일약 신흥 강호로 만들어놓으며 찬사받는 분위기에서 웃으며 만날 수 있었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청두 선수단을 이끌고 새 시즌을 대비하기 위해 한국 전지훈련 중인 서 감독은 지난 2년간 중국에서 일구어 온 성과에 대해 무척이나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그 그 자부심은, 올해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작용하는 모습이었다. <베스트 일레븐>은 지난 2년의 도전을 소탈하게 돌아본 서 감독의 얘기를 여러 편에 나눠 전한다. 또한, 떠난 후에도 여전히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수원 삼성과 관련한 솔직한 심정, 그리고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신임 감독의 선임과 관련한 견해도 전하겠다.
※ 인터뷰 장소에 협조해주신 안산 그리너스 구단 측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11년 만에 청두의 슈퍼리그 진출, 찬사받은 서정원 감독
Q. 오랜만에 만나 더욱 반갑다. 올해 청두 사령탑 3년 차다. 지금까지 거둔 성과에 대해 결산한다면?
"2년 동안 고생한 만큼 보람을 찾았다고 말하고 싶어요. 2부 팀을 맡아 1부로 올려놓고, 그리고 1부에서도 또 1년을 보냈습니다. 청두 연고 팀, 쓰촨성 연고 팀이 중국 슈퍼리그로 올라간 건 11년 만의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잘할지, 상위권에 있을지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선수들이 열심히 해준 덕입니다. 선수들의 노력에 그만한 보상이 따랐다는 생각입니다."
Q. 11년 만에 슈퍼리그라니, 청두 팬들에게 큰 선물이었을 것 같은데
"기대를 많이 하시지는 않았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요즘에는 거리를 다니다 보면 팬들에게 많은 축하도 받습니다. 팬들이 많이 좋아하십니다."
Q. 최근 슈퍼리그 상황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재정난에 빠져 해체되는 팀들이 많다는 게 한국에서도 많이 화제였는데
"중국이 많은 투자를 했던 시기는 다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거품이 다 빠지고 제대로 된 리그로 정착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상당히 안 좋은 상황처럼 비칠 수 있지만, 반대로 이제야 제대로 된 리그가 되어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김종부·장외룡 등 한국인 지도자가 맡은 팀들의 재정이 많이 안 좋았는데 그들과 나눈 얘기가 있는지
"코로나19 방역 문제 때문에 슈퍼리그 팀들이 한 도시에 모여 경기를 치른 탓에 서로 만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긴 했습니다. 갑자기 모기업이 나빠지다 보니 이런 지경에 놓인 것 같은데요. 하지만 지금은 그 단계를 다 거치고 마무리가 되는 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중국 정부나 중국축구협회(CFA)에서는 재정적 문제가 전혀 없는 기업과 공기업이 팀을 후원하는 환경으로 바꾸는 중이라고 봅니다."
Q. 청두 룽청은 어떠한가?
"우리 팀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애당초 팀을 선택할 때도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했었고, 그룹 회장님 등 임원진들이 워낙 많은 애정과 관심을 주고 계셔서 큰 걱정은 없습니다. 지난 2년 동안 힘이 되어주었고, 3년 차인 올해도 더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십니다. 이런 모습이 제겐 정말 감사할 따름이고, 팀 역시 조금씩 레벨 업하는 상황입니다."
"너 충분히 자질이 있는데 왜 축구 안 해?"
Q. 얼마 전 2023 AFC U-20 아시안컵 8강 한중전에서 골을 터뜨린 중국 선수(무텔립 이민가리)도 청두 소속이더라. 팀을 보면 K리거 출신 선수(김민우·리차드·호물로·펠리페·팔라시오스)에 청두에서 공들여 키운 유망주들로 구성된 듯한데
"선구 구성이 힘들었죠. 이미 중국 상위 팀들이 많이 투자해서 국가대표급 선수들은 다 데리고 있었거든요. 그런 선수를 데려오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우리 팀이 더 칭찬받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중국 U-20 대표팀에 제 선수 두 명이 차출되어 있는데, 슈퍼리그 경험이 거의 없는 유망주들을 길러 이런 성적을 낸 것에 호평받는 것 같습니다. 우리 팀 처지에서는 어떻게 선수를 기르느냐가 중요한데, 다행히도 잠재성이 매우 큰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 선수들을 잘 활용했던 것 같아요."
Q. 중국 선수들을 지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어떠한가?
"제가 현역 시절 중국은 꽤 강한 팀이었어요. 아시아권에서도 상위권으로 평가받았죠. 그런데 지금은 조금은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긴 합니다. 국제대회에서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고요. 그런데 직접 제가 선수들과 훈련해보니 정말 생각보다 실력과 잠재성이 좋았습니다. 분명히 자질이 있어요. 이걸 어떻게 잘 가다듬느냐에 집중했습니다. 선수들에게 많이 요구했죠. 적은 훈련량을 늘리려고 했고, 선수들의 피지컬을 키우려고 했고, 경기 템포와 스피드를 쫓아가는 법도 익히도록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의 잠재력이 밖으로 나왔던 것 같아요."
"이제는 선수들이 자신들의 장점을 더 뛰어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죠. 이번에 골을 넣은 무텔립은 겨우 18세입니다. 월반한 선수죠. 무텔립과 같이 뛴 수비수인 후허타오도 말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 친구를 A팀에 데려와서 훈련시키니 제 호출을 생각도 안 했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절 찾아와서 난데없이 대학교에 갈 거라며 떠나겠다고 하더라고요. 아예 축구할 생각을 못 하고 있길래, '이 녀석아, 너 지금 축구 안 해? 충분히 자질이 있는데 왜 안 해? 그거 하지 말고 훈련해'라고 달랬었는데, 그때 노력이 지금 결과로 나온 겁니다. 이제 슈퍼리그도 뛰고 연령별 대표팀에도 가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더라고요."
Q. 어린 선수들과 일화를 들어보니 '평생의 은사'인 디트마르 크라머 감독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게 느껴진다.
"그래요. 제가 예전 인터뷰에서도 정말 많이 얘기했으니까. 저는 그때 정말 배우고 느낀 게 많았어요. 저래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게끔 해주신 분 중 하나인데, 이제는 실천하려는 거죠. 중국 선수들은 다루기 힘들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사람 관계는 뭐랄까요. 진실로 대하면 모든 사람과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식적으로 다가서지 말고 진심으로 선수 하나하나를 생각하고 다루다 보면 분명 마음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점이 여지없이 잘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 팀은 정말 밝아졌어요. 물론 훈련이 강해 힘들긴 한데, 저와 2년 동안 함께 하면서 스포츠는 흘린 땀만큼 결과를 가져온다는 걸 선수들이 확실히 깨달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기대가 됩니다."
Q.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팀이 고속 성장했으니, 역시 ACL인가?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2부에서 막 1부로 올라왔을 때 우리는 강등을 면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순위가 확 올라간 상태에서 시즌을 마치다 보니 올해 목표도 함께 올라간 게 사실이에요. 저 역시 ACL 진출을 목표로 삼고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②편으로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스포츠 인텔리전스 제공, 중국 슈퍼리그·중국 매체 <체단주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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