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대형은행 잘나가는데?... 美 중소은행 위기에 경기침체 우려 커진 이유

정미하 기자 2023. 3. 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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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중소은행이 3곳이 잇달아 파산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SVB 파산 이전까지만 해도 경제 둔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이라던 ‘무착륙’ 시나리오가 나왔다. 하지만 SVB 파산 이후 중소기업이 대출 규모를 줄이고 이로 인해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은행 추가 도산 우려에 대형은행은 신규 예금을 유치하며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중소기업이 추가로 도산할 수 있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형은행 선호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며칠 만에 150억 달러 이상의 신규 예금을 유치했다고 전했다. JP모건체이스와 시티그룹, 웰스파고 등과 같은 대형은행에도 수십억 달러의 신규 예금이 밀려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위기 확산을 두려워한 고객이 피난처를 찾으면서 미국 대형은행으로 예금이 홍수처럼 밀려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중소은행이 미국 전체 대출 10건 중 4건을 담당하는 만큼 이들 은행이 도산을 막기 위해 대출을 줄이면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중소은행과 주로 거래하는 중소기업, 일반 가정의 자금줄이 막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역 및 지방 은행은 전체 대출의 약 40%를 차지한다”며 “중소은행의 위기가 경기 침체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SVB 파산을 지켜본 중소은행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출을 줄이고, 이로 인해 미국 기업과 가정이 대출받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앞에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 / 신화=연합뉴스

NYT 역시 중소은행 파산과 위기가 대출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위기 상황에서 중소은행이 자발적으로 자금 조달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규제 기관이 감시를 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출 기준을 엄격해지고 이로 인해 대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은행의 대출 감소는 부채에 의존하는 주거·상업 개발업체와 제조업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또한 중소은행이 대출 규모를 줄이고 그 결과 기업이 돈을 빌리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 고용과 투자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결국 고용과 투자가 줄어들면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 웰스 파고의 수석 분석가인 제이 브리슨은 NYT에 “지난주에 일어난 SVB 파산 등을 감안하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다”며 “중소은행 파산으로 인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미국 전체 대출의 38%는 상위 25위권 밖의 중소형 은행에서 이뤄졌다. 이를 목적별로 세분화해 따져보면 중소은행이 미국 전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달한다. 주거용 부동산 대출, 상업·기업 대출, 신용카드 대출, 자동차 대출에서 중소은행이 담당하는 비중은 각각 37%, 28%, 27%, 15%다.

사모펀드 회사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스턴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소형 은행들이 자본 비율을 높이기 위해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대출을 줄일 수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을 통해 변덕스러운 예금주들과 불안정한 자본조달 비용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은행이 대차대조표를 재구성하면서 자동차 대출, 소비자 대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받는 것이 갑자기 어려워졌다”며 “기업 대출, 차와 세탁기를 사는 자금을 얻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시장에선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년 동안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35%로 봤다. SVB 파산 이전에는 25%였으나, 10%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웰스파고 역시 올해 경기침체 확률을 SVB 파산 이전 55%에서 최근 65%로 올렸다.

ING은행의 미국 지역 리서치 책임자인 파드라익 가비는 WSJ에 “SVB 여파는 투자를 둔화시킬 것”이라며 “고용 시장에 나쁜 징조인 긴축을 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대출 기준과 실업률 사이에는 상당히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NYT는 “미국 경제는 노동력 부족, 수십 년 만의 금리 인상 등을 견뎌내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거듭 무시했다”며 “하지만 은행 위기 앞에 시장에선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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