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인터뷰] '2023 드래프트 1순위' 고다영, "강아지똥 소리 듣지만... 깡다구 기대하세요"
(베스트 일레븐=양양)
2023 여자 실업축구 신인선수 선발 드래프트에서 이목을 끈 선수는 단연 '천메시' 천가람이었다.
이미 대한민국 여자 축구 연령별 국가대표 코스를 꾸준히 밟았고, 지난해 11월 뉴질랜드를 상대로 A매치 데뷔전까지 치렀으니 그럴 만도 했다. 2022 FIFA(국제축구연맹) U-20(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코스타리카 본선 3경기 활약으로 "'지메시' 지소연의 뒤를 이을 '천메시'의 등장"이란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천가람 못지 않게 대표팀 공격에 기여한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황인선호의 미드필더 고다영이었다.
고다영은 황인선호가 치른 조별 라운드 세 경기를 모두 스타팅으로 활약했다. 비록 득점은 없었지만, 강호 프랑스와 캐나다를 상대로는 거의 풀타임에 가깝게 소화하며 캐나다전 승리에 이바지하기도 했다.
그때의 활약상을 인정받았는지, 고다영은 WK리그 전체 1순위로 화천 KSPO의 선택을 받은 천가람과 함께 경주 한수원으로부터 1순위 지명을 받았다. 총 6차 지명까지 있었는데, 1차 지명은 고다영을 비롯해 6명 뿐이다.
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에 태어난 고다영은 경주 한수원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솜털 보송한 신인으로 첫 프로 무대 도전에 나선다. 데뷔전도 치르지 않은 새내기지만 송주희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의 기대를 벌써부터 한몸에 받고 있다. 여러 자리에서 멀티 포지션이 가능하고 축구 지능과 센스를 갖췄다. 이타적이라 팀 플레이에 능하며, 무엇보다 인성이 좋은 선수다. 고다영은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다"란 평에는 어느 정도 들어봤다며 동의하면서도 '멀티 플레이어'란 표현에는 조금 부담스럽다며 손사레쳤다.
고다영은 언론과의 정식 인터뷰는 처음인지, 인터뷰 내내 수줍은 모습을 보였다. 그는 "연령별 대표팀 소집 때 한 번 한 적은 있는데, 이런 인터뷰는 처음이다. 그래서 조금 떨린다.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다"라며 수줍어 했다.
그래서 MBTI가 뭐냐고 물어봤더니 "ISFJ"란 말이 돌아왔다. 고다영은 "전형적인 I다. 80%까지 나온다. 게다가 A형이다. 처음 보면 내성적이지만 편해지면 활발해지긴 한다"라고 대답했다.
고다영은 제주 삼양초등학교 육상부에서 활동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로 전향했다. 50미터 단거리와 멀리뛰기 선수로 활동했으니, 기본 운동 능력은 출중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1등을 해서 소년체전에 나간 적도 있다. 그땐 제일 빨랐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라며 웃어 보였다.
제주도 소녀는 축구를 계속하기 위해 충청북도 충주로 유학(?)을 갔다. 예성여중과 예성여고를 나와 대전에 있는 대덕대학교에서 커리어를 이어갔다. 어린 나이부터 타지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마음고생을 겪었고, 실제로 축구를 내려놓을 생각도 했다. 특히 고등학교 때 너무 타이트한 훈련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는 고다영이다. 그는 "운동이 정말 힘들었던 시기였다. 자신감이 떨어졌고 슬럼프까지 겪었다. 그렇지만 멘탈이 약했던 시기기도 했다. 조금만 힘들며 부모님께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라며 힘들었던 지난 날을 떠올렸다.
그러나 고다영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껏 몇 년 동은 축구했던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대학교 때 마음이 많이 잡혔다. 지도자 분들도 자신감을 심어주셨고, 부모님과 언니 오빠도 지지해주셨다. 지금은 포기 안 한 것에 후회는 전혀 없다"라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고다영은 1월 2일에 한수원에 합류했고, 인터뷰 시점에는 팀에 들어온지 겨우 한 달가량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래도 막내라 언니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 인터뷰 때 잠깐 마주친 베테랑 언니 이소담은 "야 곰돌이, 인터뷰 잘해"라며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혹시 별명이 곰돌이냐라고 물었더니 고다영은 "소담 언니만 그렇게 불러 주시는 것 같다. 빅 곰돌이라고"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다영은 167kg에 58kg으로 다부진 체격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외모는 아기같아서 곰돌이라는 표현이 꼭 어울린다.
진짜 별명은 무어냐고 물어봤더니, 고다영은 "혹시 강아지똥을 아시느냐"라고 뜸을 들이며 물어왔다. 아이를 키웠거나 키우는 우리나라 부모라면 모를 수 없는 동화책계의 스테디셀러. 고다영은 "강아지똥의 주인공 닮았다는 소리를 고등학교 때부터 들었다"라며 쑥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부드러운 성향은 실제로 플레이에서도 없지는 않아서 고다영 또한 "타이트하게 플레이하는 편은 아니도 사리는 편에 가까운 것 같다. 겁이 많다고 해야 하나"라고 스스로도 순순히 인정했다. 그러면 감독님 등 주변에선 뭐라고 얘길 안해주느냐고 하자, "해주시기도 하고 생각도 하는데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라며 아쉬움을 보였다.
이날 송 감독도 고다영이 유용한 자원이지만 그 부분을 개선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뉘앙스를 비쳤는데, 고다영 역시도 "맞다. 더 깡다구 있게 해야 한다. 투지를 갖고 때로는 뻔뻔해져야 한다. 공격수니까 말이다. 수비수들이 많이 타이트하고 태클도 많이 들어온다. 잡아 당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걸 그대로 당하는 게 아니라 버티는 걸 넘어 이겨내겠다. 절대 주눅들지 않겠다"라며 곰돌이처럼 순한 눈빛을 번뜩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님을 좀 배울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라고 하자, "감독님 무섭지만 많이 배우고 싶어요"라고 신인다운 답변을 내놓았다.
실제로 지난 U-20 월드컵에서 유럽과 북미의 힘 있는 선수들과 부닥치며 경험했던 바가 크다. 고다영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프랑스, 나이지리아, 캐나다 선수들이 확실히 피지컬이 좋더라. 프랑스는 기술 등 개인 능력도 좋았다. 스피드도 평균적으로 다 빨랐다.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라고 느낀점을 밝혔다.
고다영은 한수원에 오게 된 것에 대해서는 "정말 좋게 본 팀인데 와서 너무 영광이다. 좋은 팀인 만큼 좋은 선수가 되어야 한다. 열심히는 기본이고, 팀에 필요한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 가족이 믿어주는 만큼 잘해내고 싶다"라며 데뷔 시즌에 대한 기대와 각오를 전했다.
그는 구체적 목표로는 "올해는 경기를 뛴다기보다는 언니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싶다"라며 겸손한 목표를 밝히면서도, "데뷔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늘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라며 내심 데뷔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래 하는 언니들을 보면 대단한 것 같다. 저 역시도 아직 다친 적은 없는데, 그렇게 부상 없이 몸이 허락하는 한 축구를 해보고 싶다. 해외 진출이나 국가대표까지 생각할 단계는 아니다. 주어진 자리에서부터 잘해내고 생각해봐도 늦지 않다"라며 축구 인생에서의 목표와 포부를 밝혔다.
한수원의 순둥이 강아지똥 고다영이 이번 시즌 WK리그의 그라운드에서만큼은 야수 같은 박력으로 여자축구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해본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대한축구협회, 길벗어린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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