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9시간은 프레임 탓” 해명할수록 꼬이는 당·정·대의 폭탄 돌리기
혼선 인정하면서도 ‘홍보 실패’로 진단…“결국 소통 문제” 지적 잇달아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주69시간' 연장근로 개편안이 재검토에 들어갔지만, 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이 보이는 '책임 돌리기' 태도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주69시간제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커지자 대통령실과 여당은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실책으로 돌리는 데 이어 일부 언론의 '잘못된 프레임' 탓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고용부 역시 주69시간제 관련한 언론 보도를 반박하는 데 몰두하면서, 이번 사태에 대해 근본적 해법을 마련하려는 태도가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주 최대 69시간 연장근로를 가능케 한 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지 불과 열흘 만인 지난 16일, 대통령실은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윤 대통령의 입장을 전했다. 연장 근로 상한선을 설정하지 않은 점을 두고 윤 대통령이 '유감'을 표하며 보완을 지시했다고도 밝혔다. 이를 두고 고용부가 대통령실에 명확하게 보고하지 않아 이 같은 정책 혼선을 낳았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국민의힘도 고용부 장관의 부족했던 소통 탓으로 돌렸다. 윤 대통령의 유감 표명 하루 전, 김기현 대표는 "주69시간은 너무 과도하다"며 "(고용부가 개편안을) 발표하거나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했다. 오해를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설명이 됐다"며 역시나 유감을 표했다.
그러자 주69시간제를 두고 '역사적인 진일보'라고 자평했던 고용부도 즉각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요새 MZ세대는 권리의식이 뛰어나다"며 제도 부작용을 자신 있게 일축했던 이정식 장관 역시 "가능성은 다 열어 놓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책임을 져야할 당사자들이 되레 책임을 전가하고만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최종결정권자인 윤 대통령이 관련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것처럼 말한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만5세 입학, 영빈관 예산 등 사례를 들며 "윤 대통령의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 또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이 주69시간제 논란의 책임을 일부 언론에 돌리는 듯한 모습도 이어졌다. 지난 16일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개편 취지가 비현실적인 가정을 전제로 한 가짜뉴스와 소통 부족 등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언론에 "69시간 프레임에 빠져 갇혀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국민의힘과 정부가 참여한 고위당정협의회 자리에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역시 "'주 최대 69시간'이라는 극단적이고 별로 일어날 수 없는 프레임이 씌워져 진의가 잘 전달되지 않았다"며 "궁극적으로는 근로자들에게 혜택을 주려는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기현 대표도 "어떤 정책이든 때로 취지와 달리 자칫 다른 부분이 확대돼 해석될 수 있다"며 당·정·대 간 논의와 토론을 강조했다.
이는 당초 정부의 의도와 달리 '가짜뉴스' '프레임' 탓에 왜곡 전달된 면이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주69시간제 관련 보도에 적극적으로 반박자료 내며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정·대 이번 혼선 사태를 전반적으로 '홍보 부족' '오해'로 인식하는 데 대해 여당 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 비주류에 속하는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홍보나 언론 보도 탓을 하는 건 본질을 꿰뚫지 못한 것"이라며 "현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내놓은 탓에 지금과 같은 반응을 예상하지도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준석 전 대표 역시 비슷한 지적을 내놓았다. 이 전 대표는 18일 '독자와의 만남' 자리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주 69시간 정책을 만들 때 누구와 의견을 모았고,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는지가 모호하다"며 "일반적인 대중의 생각보다 오히려 자본가의 생각이 많이 반영된 것 같다"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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