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美 대응 너무 느슨”...SVB 사태로 재평가 받는 중국식 금융통제

이윤정 기자 2023. 3. 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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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여파가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을 촉발한 가운데 중국식 금융규제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 은행들이 대규모 부채와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의 디폴트(채무불이행)에도 흔들리지 않고, 심지어 SVB 사태에서도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이는 것은 강력한 규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각) ‘은행 위기를 예방하는 중국의 비밀’이라는 사설을 통해 “글로벌 은행 위기가 금융 시장을 뒤덮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국가 중 하나인 중국은 비교적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 규제당국이 지역 대출 기관에 대해 너무 느슨해 SVB 붕괴에 기여했다는 비판을 받는 동안 중국은 어떻게 혼란을 피할 수 있었는지 알아볼 가치가 있다”고 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본관.

중국 금융시장은 수년간 위기론에 시달려 왔다. 중국 국가부채는 2021년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307.9%에 달해 ‘시한폭탄’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중국 부동산 부문은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활용하고 있고, 지방정부 역시 작년에 이자 지급에만 세입의 10.8%를 쏟아붓는 등 부채 부담이 극심하다. 시장에서는 경제주체의 부채 상환 능력이 악화돼 건전한 자산까지 팔아치우기 시작, 금융시스템이 급격히 붕괴하는 ‘민스키 모멘트’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2019년 중국 중소 민간은행인 바오샹은행이 대규모 부실로 파산하고, 2021년 약 370조원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던 중국 최대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이자를 내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음에도 중국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평가다. 두 사태가 중국 금융시스템 붕괴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는 중국 바깥 우려와는 반대의 결과다.

중국은 국가 특성을 살려 시장 개입에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오샹은행 사태 당시엔 국책은행인 중국건설은행이 바오샹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구제금융을 제공했고, 헝다 사태 때도 정부가 개입해 부채 구조조정에 들어가 시장으로 충격이 전이되는 것을 막았다.

블룸버그는 최근 들어 중국이 금융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당 중앙)와 행정부인 국무원은 올해 양회에서 ‘당과 국가기구 개혁방안’을 발표하고 금융부문 사령부인 중앙금융위원회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금융시스템을 관리하고 당과 국가기구의 금융 관련 조직을 총괄하는 금융공작(업무)위원회가 설립됐고, 국무원 산하엔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이 생겨 증권 외 전 금융산업 감독 업무를 담당한다.

이같은 조직 개편은 금융 업무에 대한 당 중앙의 ‘집중통일영도’를 강화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집중통일영도는 시 주석으로의 권한 집중을 뜻한다. 블룸버그는 “간단히 말해 금융 개발과 혁신은 끝났고 위험 통제가 시작됐다”며 “중국처럼 많은 부채와 은행 위기로 인한 경제적 혼란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정부의 과도한 주의는 합당하다”고 했다.

중국과 반대로 미국 규제당국은 최근 SVB 사태로 인해 적시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금융 전문가와 의회, 전직 당국자들은 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을 고객으로 삼아 급속도로 성장한 SVB가 최소 수개월 전부터 위기 조짐을 보였기 때문에 규제 당국이 더 일찍 개입했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중국에서도 미국이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위기 예방에 소홀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쉬안창넝 부총재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한 글로벌 자산관리포럼에서 “일부 기관은 저금리 환경에서 자산을 매입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긴축 주기에 대한 예측력이 부족했다”며 SVB 붕괴는 선진국의 급속한 통화정책 변화가 금융 안정에 위험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처럼 강력한 규제는 산업의 활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블룸버그는 “새로운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의 직원들은 공무원으로 분류돼 급여가 크게 삭감되고,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더이상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받을 수 없어 일하는 재미가 없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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