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설영우, 홍心 잡고 전천후 풀백으로 진화
[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 ‘야! 왼발, 왼발!!’
축구를 해보면 안다. 상대 왼발잡이가 터치라인을 따라 드리블을 치면서 우리 진영으로 오면 동료들이 풀백에게 소리친다. 오른발잡이도 마찬가지다. 스피드로 들어오면 크로스를 못 올리게, 골대가 정면으로 보이는 지역으로 패스를 줄 수 없도록. ‘주발’을 막으라고.
현대 축구에서 상대나 상황에 따라 ‘반대발 윙어’를 전략을 쓴다. 윙어들이 상대 측면에서 아크 부근으로 치고 들어오며 감아 때리거나 위협적인 패스로 허를 찌른다. 풀백도 마찬가지다. 때에 따라 직접 슈팅과 연계 등 무엇이든 가능한 ‘각’을 만들 수 있다.
19일 오후 4시 30분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현대와 수원FC의 K리그1 4라운드에서 이 모습이 포착됐다. 울산에는 오른발잡이 설영우가 울산의 왼쪽 풀백에 자리했고, 수원FC는 왼발잡이 이광혁이 교체 투입돼 오른쪽 공격수로 나섰다. 양 팀 모두 반대발 전략을 꺼냈지만, 희비(喜悲)가 엇갈렸다.
특히 울산은 수년째 반대발 풀백 설영우를 잘 활용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설영우는 공격수 출신으로 프로 입단 후 풀백으로 전향했다. 홍명보 감독이 부임하기 전부터 왼쪽 풀백을 맡고 있었다. 홍명보 감독을 만난 뒤 당근과 채찍을 통해 더욱 성장했다. 오른쪽도 가능하지만, 이제 왼쪽이 익숙하다. 오른쪽에는 국가대표 김태환이 건재하다. 설영우는 전문 왼발 풀백인 이명재를 밀어내고 주전을 꿰찼다.
설영우의 진가가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 스타트는 썩 좋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전북현대와 개막전에서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울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동준(전북)을 상대로 전반에 무척이나 고전했다. 뛰고 또 뛰고, 엉키고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하프타임 때 홍명보 감독의 진중한 설교를 들은 뒤 안정감을 찾았다. 이후 멘털과 경기력적으로 회복한 그는 이동준과 전북을 꽁꽁 묶으며 2-1 역전승을 뒷받침했다. 이어 강원FC(1-0), FC서울(2-1), 수원FC전(3-0)까지 모두 왼쪽을 책임졌다. 울산은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한 번도 포백(설영우, 김영권, 정승현, 김태환)과 골키퍼(조현우) 라인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고민하지 않고 설영우를 계속 기용하고 있다. 설영우는 수원FC전에서 가히 폭발적이었다. 울산은 강한 전방 압박을 통해 상대를 계속 몰아쳤다. 설영우는 적극적으로 오버래핑 후 페널티박스 안까지 침투했다. 러닝 크로스를 올리기도, 한 번 접은 뒤 동료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패스나 연계 플레이로 활기를 불어넣었다.
설영우는 전반 16분 김민혁을 향해 예리한 크로스를 올렸다. 30분 상대 박스 모서리 부근에서 루빅손의 패스를 받았다. 터치 후 지체 없는 오른발 인프런트 슈팅을 날렸다. 볼이 골대 위 그물을 스쳤다. 그의 표정에서 알 수 있듯 ‘이건 완벽히 걸렸는데’라고 웃으며 얼굴을 감쌌다. 33분에는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 라인을 깨뜨린 후 침투, 주민규의 패스를 크로스로 연결했다. 엄원상의 논스톱 슈팅 득점으로 이어졌다. 간발의 차로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이는 신호탄이었다. 설영우의 진가가 드러난 건 후반 36분. 이청용과 주민규가 수원FC 박스 안에서 패스 플레이를 했다. 주민규가 수비수를 등지고 내준 볼을 문전에서 설영우가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적극적인 침투와 판단력이 빛났다. 경기 내내 공수를 오가며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했다. 공격 포인트까지 적립하며 완성형 풀백으로 거듭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내가 팀에 왔을 때부터 설영우는 왼쪽 풀백이었다. 첫 경기(전북)때는 상대 빠른 선수가 계속 들어오니 어려움이 있었다.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본인의 리듬을 잘 찾았다”면서, “같은 포지션에 조현택과 이명재도 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세 선수 모두 발전할 것”이라고 신뢰했다.
사진=울산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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