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로' '공중폭발' 北 점점 커지는 전술핵 위협… 7차 핵실험까지 가나
파괴력 극대화 등 과시했지만 "핵탄두 소형화는 '검증' 필요"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북한이 지난 18~19일 전술핵 공격을 가정한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은 이번 훈련 관련 보도에서 미사일 발사 플랫폼의 다양화, 전술핵의 파괴력 극대화 능력을 과시해 주목된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을 "걸러들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날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는 건 사실이나 그 완성도 등의 측면에선 아직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 많단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술핵능력 검증을 위해 결국 제7차 핵실험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전날 오전 11시5분쯤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을 포착했다. 이 SRBM은 800여㎞를 비행한 후 동해상에 탄착한 것으로 합참은 파악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이른바 KN-23 계열 미사일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보도를 통해 이날 "나라(북한)의 전쟁억제력과 핵반격 능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해당 부대들을 전술핵공격 임무수행 절차와 공정에 숙련시키기 위한 종합전술훈련이 18일과 19일 진행됐다"며 이번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틀에 걸쳐 진행된 이번 훈련은 핵타격 지휘체계 관리연습과 핵반격태세로 이행하는 실기훈련, 그리고 모의 핵전투부(핵탄두)를 탑재한 '전술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으로 나뉘어 진행됐다고 한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도 현장을 참관했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그간 활용해온 이동식발사대(TEL) 차량이 아닌 사일로(silo·지하 고정식 발사대)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등 주요국의 경우 탄도미사일을 사일로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TEL 차량을 이용한 미사일 발사는 원점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등 전술상 이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번에 사일로를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 발사 현장 사진을 공개한 데는 TEL뿐만 아니라 다양한 발사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보유한 TEL 차량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그 수가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북한의 열악한 도로 사정을 감안할 때 "은폐성을 높이기 위해 TEL을 각지에서 기동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북한은 이미 구축한 지하시설을 사일로로 개조하는 미사일기지 '견고화' 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보인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발사 플랫폼을 다양화하고 있다. 미사일을 쏠 때 제일 안정적으로 빨리 쏠 수 있는 게 사일로"라며 "북한이 TEL과 사일로를 모두 다 갖고 있다는 건 언제든 어떤 것으로든 미사일을 쏠 수 있음을 뜻한다. 우리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SRBM을 "800㎞ 사거리에 설정된 동해상 목표 상공 800m에서 정확히 공중폭발"시켰다고 주장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통상 전술핵은 핵탄두 탑재중량과 위력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나 고도 1㎞ 이하 수백m 상공에서 터뜨릴 경우 그 파괴력이 극대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지상 군사시설이나 지하 지휘통제시설·사일로 등을 공격할 땐 미사일을 타격 목표에 직접 접촉시키거나 지하에서 전술핵이 폭발하게끔 하는 게 효율적이지만, 지상의 병력 집결지 등 보다 넓은 범위에 피해를 주려면 상공에서 전술핵을 터뜨리는 게 효과적이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미사일의 공중폭발을 이용한 전자기펄스(EMP) 공격을 시도한다면 고도 30㎞ 이상 상공에서 터뜨리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잇다.
이런 가운데 노동신문은 이번 미사일 훈련을 통해 "핵전투부에 조립되는 핵폭발 조종 장치들과 기폭장치들의 동작믿음성이 다시 한 번 검증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또한 북한이 전술핵을 탑재한 SRBM을 자신들이 원하는 고도에서 터뜨릴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북한의 기존 미사일 시험발사가 운반수단 검증을 목적으로 했었다면 이번엔 탄두부의 정상작동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발사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전술핵의 파괴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소에서 기폭장치를 작동시키는 등 향후 전술핵무기 정상작동에 대한 신뢰성을 검증했단 의미에서 기존 발사와 달리 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보도 내용과는 별개로 '북한이 핵탄두를 자신들의 각종 투발수단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하는 기술을 확보했느냐'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 북한의 핵능력이 "사실상 실전배치에 임박한 정도의 수준엔 와 있다고 평가한다"면서도 "북한이 이번에 핵무기를 폭발시키는 기폭장치까지 미사일에 장착해 시험했다고 하지만, 최근 북한의 행동을 보면 우리가 파악한 것과는 약간 다른, 일부 과장된 보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주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단 얘기다.
이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전술핵무기 용도로 소형화한 핵탄두의 성능 평가 목적이 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과도 맞닿아 있다. KIDA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만약 전술핵을 개발했다면 7차 핵실험을 통해 검증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국제사회에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미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작년 5월 이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소재 핵실험장 내 일부 지하 갱도 복구를 마무리하는 등 '언제든 7차 핵실험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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