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 ‘검정 고무신’ 대책위 결성…“이우영 작가 명예 되찾을 것”

정혁준 2023. 3. 2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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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지원·이우영 작가 추모 공간 조성 계획
애니메이션 <검정 고무신>. 한국방송 갈무리

애니메이션 제작사 형설앤과 저작권 관련 분쟁을 벌이다 숨진 이우영 작가를 대신해 만화계가 나섰다. 만화계 단체들은 이 작가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관련된 법적 분쟁에 적극 대응하고 향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위해 투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만화가협회 등 만화계 단체들은 20일 ‘이우영 작가 사건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성명을 내어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이우영 작가의 명예를 되찾고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 작가의 만화 <검정 고무신>은 1992년부터 만화 잡지에 연재되며 인기를 끌었고, 티브이(TV)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하지만 이 작가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사 형설앤과 3년 넘게 저작권 소송을 벌이며 힘들어하다 지난 1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작가는 원저작자인데도 <검정 고무신> 캐릭터를 활용한 2차 저작물을 사용할 수 없는 데 대한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이에 대해 형설앤 쪽은 “2차 사업권 권리를 위임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앞으로 크게 3가지 목적을 갖고 활동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먼저 대책위는 “이우영 작가를 죽음으로 내몬 회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반드시 승리해 작가의 명예를 되찾고, (<검정고무신> 캐릭터인) 기영이, 기철이, 막내 오덕이와 그 친구를 유족 품으로 되돌려 드리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꼽았다.

둘째 대책위는 유족과 동료 작가, <검정 고무신> 팬을 위한 추모 공간과 시간을 만들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책과 제도를 개선해 앞으로 유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우영 작가의 죽음을 잊지 않겠다”며 “우리의 명예와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대책위는 한국만화가협회 자문 변호사 등을 통해 소송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성명에는 만화가협회와 한국웹툰작가협회, 한국원로만화가협회, 한국여성만화가협회,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 대전만화연합, 대구경북만화인협동조합, 부산경남만화가연대,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등이 참여했다.

다음은 이우영 작가 사건 대책위원회 성명문 전문

이우영 작가님의 죽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만화계는 지난 토요일(2023년 3월11일)에 <검정고무신>을 그리신 이우영 작가님께서 세상을 떠나셨다는 충격적인 비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우영 작가님은 늘 깊고 잔잔한 미소로 우리의 곁에 머물러주셨던 따뜻한 동료였습니다. 우리는 이우영 작가님의 장례 절차를 마친 후(2023년 3월17일), 유가족분들을 만나 향후 후속 대응에 대한 의견을 경청했습니다. 유가족분들은 만화가가 앞으로 이우영 작가님과 같이 부당한 계약에 고통받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원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으며, 이에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를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고인이 되신 이우영 작가님의 명예를 지키고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의했습니다.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의 활동은 크게 3가지 목적을 갖습니다.

첫째는 이우영 작가님을 죽음으로 내몰 만큼 괴롭힌 회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반드시 승리하여 작가님의 명예를 되찾고, 작가님이 자식보다 소중하게 대했던 작가님의 영혼의 일부분인 기영이, 기철이, 그리고 막내 오덕이와 그 친구들을 유가족의 품으로 되돌려 드리는 것입니다. 둘째는 작가님을 떠나보내며 상처받은 유가족과 동료 작가들, 그리고 검정고무신을 사랑한 팬들의 슬픔을 어루만질 수 있는 ‘추모’의 공간과 시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셋째는 이우영 작가님께서 염려하셨던 동료 작가들을 위해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여 이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반복되지 않게 하게 하는 것입니다. 대책위원회의 구체적인 활동 내용은 추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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