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美대학원생 유엔서 “북핵, 중 겨냥할 수도” 일침

김은중 기자 2023. 3. 2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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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이서현씨, 안보리 발언
中 겨냥 “北 인권 개선 도움될 것”
10대 때 탈북… 첫 웜비어 장학생
17일(현지 시각) 유엔 안보리 북한 인권 비공식 논의에서 중국을 향해 문제 제기한 탈북민 이서현씨. /조선일보DB

“중국 대표 발언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김정은이 비이성적이고 불안정한 독재자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가 언젠가 중국을 겨냥하지 않을거라 장담할 수 있나요?”

지난 17일(현지 시각)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비공식 회의에서 이서현(32)씨가 입을 열었다. 유엔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탈북민들이 나와 북한의 실상에 대해 증언하는 자리였는데, 국제 사회에서 북한 문제 논의에 소극적인 중국을 저격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북한이 안보리 결의 위반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포함 수십 차례 도발을 했지만, 그때마다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에 관련 논의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씨는 이날 안보리 이사국 등 회의장에 있는 모든 회원국의 대표단을 향해 “모든 북한 주민이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북한의 입장을 두둔한 중국 대표를 겨냥해 “대화 추진이 절대로 인권에 침묵하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북한의 인권 개선이 장기적으로 중국에 여러 모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안보리 이사국들도 어찌 못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감싸기 속 회의에 초청된 탈북민이 정면 반박에 나선 것이다.

이날 증언에 나선 이씨는 북한 최고 지도자의 통치 자금 관리와 외화 벌이 무역을 담당하는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리정호의 딸로 평양에서 태어났다. 김일성종합외국어대 외국어문학부에 재학했고, 20대 중반 탈북해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자리를 잡았다. 이날도 “중국에서 유학하던 2013년 북한의 장성택 일파 숙청 당시 가장 친한 친구를 비롯해 무고한 사람들이 북한으로 끌려가 정치범수용소에 갇혔다”고 고발했다.

이씨는 유튜브 등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인권 운동을 해왔고 지난해에는 미국 송환 직후 숨진 미국인 대학생 고(故) 오토 웜비어씨를 기리기 위한 ‘오토 웜비어 재단’의 첫 장학금 수혜자로 선정됐다. 현재 컬럼비아대 국제행정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본지 인터뷰에서 “북한 사람들에게 자유를 찾아주고, 남한 사람들이 단 반세기 동안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것처럼 ‘대동강의 기적’을 이루어 낼 발판을 설계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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