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한국축구와 궁합 맞을까

김세훈 기자 2023. 3. 2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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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독일대표팀, 바이에른 뮌헨 감독 경력에
전략 능력 부족, 수비 경시, 개인주의 등 단점
지배력, 마케팅 친화력, 오랜 미국 경험은 장점
위르겐 클린스만이 지난 3월 9일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된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게 웃고 있다. | 정지윤 선임기자

독일 축구대표팀 공격수 출신 위르겐 클린스만(59)이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계약 기간은 2026년 6월 시작하는 북중미월드컵까지다. 중간 평가 없이 3년 5개월 임기를 끝까지 보장받은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은 세계 축구계의 특급 공격수였다. 슈투트가르트·바이에른 뮌헨(이상 독일), 인터 밀란(이탈리아), 토트넘(잉글랜드) 등에서 뛰었다. 프로 선수로 620경기에서 284골을 넣었다. 국가대표로는 1987년 서독 시절부터 1998년까지 12년간 활약했다. A매치에 108차례 출전해 47골을 넣었다. 분데스리가와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경험했고 분데스리가 득점왕, 독일축구 올해의 선수, 발롱도르 2위에도 올랐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우승, 1992년 유럽국가대항전(유로 1992) 준우승, 1988년 서울올림픽 동메달도 이뤘다.

클린스만은 2004년 7월 독일대표팀 감독에 선임되며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유로 2004에서 처참한 플레이를 보인 노쇠한 전차군단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유망주 발굴에 중점을 뒀다. 수비보다 공격을 과하게 중시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클린스만은 2006년 홈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출전할 스쿼드를 젊은 피 중심으로 꾸렸다. 평소 관계가 좋지 않은 올리버 칸(바이에른 뮌헨) 대신 옌스 레만(아스널)을 주전 골키퍼로 지정했다. 독일은 3·4위전에서 포르투갈을 꺾고 독일월드컵 3위에 자리했다. 3·4위전은 칸이 출전한 유일한 경기였다. 어쨌든 클린스만에 대한 비판이 호평으로 바뀌면서 재계약이 논의됐지만, 클린스만은 떠났다. 그는 “큰 소원은 가족에게 돌아가 일반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2년 동안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계속할 힘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미국에 살고 있었다.

클린스만은 2년이 흐른 2008년 7월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 감독을 맡았다. 부임 10개월 만에 5경기를 남기고 해고됐다. 당시 뮌헨의 순위는 3위. 구단은 클린스만 체제로는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클린스만이 그만둔 뒤 뮌헨은 순위를 2위로 끌어올리면서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냈고, 이듬해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했다. 주장 필립 람은 “클린스만의 임기는 실패였다. 전술 지도가 부족해 선수들끼리 따로 전략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독일·바이에른 뮌헨 거쳐 미국대표팀 경험 클린스만은 2011년 7월 미국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초기 부진을 극복한 클린스만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그 공로로 클린스만은 계약을 2018년까지 연장받았다. 클린스만은 브라질월드컵 미국대표팀 명단에 독일계 미국인 5명을 넣었다. 미국 역대 최고 득점자 랜던 도너번을 제외한 것과 맞물려 비판이 거셌다. 당시 클린스만의 아들이 도너번을 조롱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클린스만과 도너번 사이의 개인적 적대감이 제기됐다. 미국은 월드컵에서 가나전 2-1 승, 포르투갈전 2-2 무, 독일전 0-1 패로 1승1무1패에 그쳤지만, 똑같이 1승1무1패를 기록한 포르투갈을 골득실차로 꺾고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16강에서는 벨기에에 1-2로 패했다.

클린스만은 두 번째 미국 임기를 부진 끝에 중도 하차했다. 미국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북중미 예선에서 하위권으로 밀렸고, 클린스만은 해고됐다. 미국은 6개 팀 중 5위에 그쳐 3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티켓을 얻지 못했다. 클린스만은 2019년 11월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 사령탑에 선임됐지만 10주 만에 그만뒀다. 페이스북을 통해 일방적으로 사퇴를 선언했다. 구단은 “용납할 수 없는 사퇴”라며 이사로 남겠다는 클린스만과 결별했다.

클린스만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 ESPN과 2018년 러시아월드컵·2020년 유럽국가대항전 때 BBC와 각각 일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BBC 월드컵 프로그램 제작에도 참여했다. 클린스만은 이란이 조별리그에서 웨일스를 2-0으로 꺾은 뒤 논란을 일으켰다. 클린스만은 “심판을 조종하기 위해 이란이 더럽게 플레이했고(play dirty), 그게 이란 축구 문화의 일부”라고 말했다. 분노한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은 클린스만을 FIFA 기술 연구 그룹에서 제외하라고 요구했다.

클린스만이 한국을 잘 이끌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는 베를린 감독을 그만둔 뒤 3년 반 동안 팀을 맡지 않았다. 베를린 감독도 겨우 10주 했기 때문에 실제 공백은 7년인 셈이다. 미국·독일대표팀, 바이에른 뮌헨을 맡은 경력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공백이 길었다. ▲전략 능력 부족 ▲빅클럽 운영 미흡 ▲수비를 경시하는 훈련 ▲개인주의 성향 등이 우려의 이유로 거론된다. 반면 슈퍼스타로서 가지는 장악력, 마케팅 친화적 태도, 오랜 미국 경험은 장점이다. 마이클 뮐러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은 “클린스만은 싱글 플레이어를 제어하는 능력이 좋다”고 평가했다. 국가대표팀에서 절대 권력 집단이 된 유럽파를 다루는 데 적합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대한축구협회는 천안축구센터 건립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클린스만은 기업들이 후원에 관심을 보일 만한 ‘빅네임’이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경기는 대부분 미국에서 열린다. 한국이 미국 전지훈련을 하거나 월드컵에 나설 때 클린스만은 든든한 존재다. 클린스만은 미국 전직 모델과 결혼해 지금도 미국에서 살고 있는 시민권자다. 영어는 물론 이탈리아어, 프랑스어도 잘한다.

‘공격축구 취향’ 변화 있을지 관심 클린스만이 일단 한국에서 자신과 함께 일할 코치진은 잘 꾸민 것으로 보인다. 안드레아스 헤어초크(오스트리아) 수석 코치, 파올로 스트링가라(이탈리아) 코치, 안드레아스 쾨프케(독일) GK 코치, 베르너 로이타드(독일) 피지컬 코치는 모두 클린스만과 적잖은 기간 함께 일한 실력파들이다. 클린스만은 한국에 머물고, 다른 코치들은 유럽에 거주한다. 한국대표팀의 주축이 유럽파라 코치진의 해외 거주는 나쁠 게 없다. 다만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상 수비가 안정돼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1-0 승리보다는 4-3 승리를 좋아한다”는 클린스만의 공격 축구 취향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클린스만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전술 역량 부족에 대한 지적, 베를린과 결별하면서 보인 행동을 “의견차”, “실수”였다면서 “성적으로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클린스만은 “2023년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 2026년 월드컵 4강”을 목표로 내세웠다. 클린스만은 오는 3월 24일 울산에서 콜롬비아를 상대로 한국 감독 데뷔전을 치른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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