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청춘] ⑦ 'K-구조장비' 세계화 꿈 키우는 김대종 대표
[※ 편집자 주 = 좁아진 취업문과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청년들의 고민이 깊습니다.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으면 낙오되기 십상이라는 위기의식도 팽배합니다. 그러나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모험을 택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현장서 답을 구하는 이들입니다. 연합뉴스는 열정과 아이디어로 똘똘 뭉쳐 꿈을 실현해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총 20회에 걸쳐 매주 월요일 송고합니다.]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각종 사고·재해 현장에서 환자를 실어 나르는 '들것'은 응급의료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장비다.
환부가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환자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도 신속하게 이송하는 것이 응급처치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들것에 환자 1명을 옮기려면 앞과 뒤를 들어 나를 2명이 필요하다. 많게는 4명이 투입될 때도 있다
이송 중 환자가 들것에서 떨어지거나 유해가스 등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김대종(37) 대표는 이러한 문제점에 주목해 사회적기업 골든아워를 설립했다.
재난 구조장비를 만드는 골든아워는 1분 1초가 긴박한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생명을 살리자는 이념으로 세워졌다.
김 대표가 개발한 '에어캡슐'은 들어서 운반하는 대신 끌어서 구조하는 새로운 개념의 장비다. 혼자서도 구조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최초의 들것이다.
360도 회전이 가능한 충격 흡수 바퀴 8개를 들것 밑에 달아 이동 편의성을 높였고 불에 타지 않으면서 외부 먼지 등을 차단할 수 있는 방염 소재 덮개를 부착했다.
2019년 10월 설립된 골든아워는 3년여의 짧은 업력에도 행정안전부 안전기술대상과 특허청장상 등을 받았다. 지난 1월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조달시장에서 제품을 팔 수 있는 자격도 얻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박람회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바이어와 수출 계약을 했고 올해는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입점을 준비하는 중"이라며 "국내 대기업도 우리 회사 장비를 구입하지만, 해외에서 더 큰 관심을 받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청주에서 나고 자란 그가 인명 구조장비에 관심 갖게 된 것은 대학에서 안전공학을 공부한 게 계기다.
성적에 맞춰 선택한 학과였지만 수업을 듣다 보니 흥미가 생겼고 졸업 후 2014년 대학병원 안전관리자로 취직도 했다.
병원 내 소방시설을 점검하고 직원 안전교육을 맡던 그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구조장비를 접할 수 있었고 장단점 등도 터득했다.
그러던 중 2018년 1월 47명의 사망자와 112명의 부상자를 낸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가 발생했다. 거동 불편 환자들이 꼼짝 못 하고 화마에 희생된 끔찍한 사고였다.
처참한 사고 현장을 뉴스로 접한 그는 더 신속하게 인명을 구할 방법이 없을까 하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병원에 비치된 구조용 들것을 꼼꼼히 뜯어보던 그는 혼자 움직일 수 있는 들것이 있다면 응급상황에서 더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스치듯 지나간 생각이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김씨는 1년 넘게 의사와 간호사, 직원 등에게 자문하며 틈날 때마다 장비 개발에 매달렸다.
참고될 만한 해외 장비까지 샅샅이 뒤져봤지만 도움 될만한 자료는 많지 않았다.
정부 지원 공모사업 등에 닥치는 대로 신청해 제작비를 충당했고 공과대학 교수를 찾아다니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그렇게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친 끝에 시제품이 만들어졌고, 그는 고민할 시간도 없이 2019년 10월 사회적기업 골든아워를 설립했다.
그러나 월급쟁이였던 그에게 비즈니스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회사를 차려놓고 한해 수입이 1천만원도 되지 않아 한동안 대리운전 기사로 '투잡'한 날도 있다.
다행히 전국에서 열리는 박람회를 찾아다니며 제품을 열렬히 홍보한 덕분에 작년 매출은 10억대로 급성장했고, 직원도 7명으로 늘었다.
이태원 사고와 같이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고가 반복되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그는 분석했다.
김 대표는 포스트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감염병 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는 밀폐형 에어캡슐도 만들어 볼 생각이다.
또 마음 놓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재난이 우려되는 취약지역과 내전·테러 등으로 고통받는 국제사회에도 에어캡슐을 보급할 수 있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싶다"며 "효율적인 응급 이송 체계를 구축하는 데 이바지하는 신기술 개발에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그는 "골든아워는 내가 하고 싶었던 사업이 아니라 누구든 해야만 하는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열정과 사명감을 갖고 몸을 불사르겠다"고 덧붙였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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