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리포트]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살아있는 단층 16곳은 어디에?

현인아 2023. 3. 2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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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경주 토함산 부근의 계곡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숲 사이로 드러난 암벽에서 비스듬히 누운 줄무늬가 보입니다.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살아있는 단층, 활성단층입니다.

단층은 땅이 찢어져 두 개의 지층이 서로 엇갈리는 경계입니다.

단층면이 검은 건 땅과 땅이 부딪힐 때 발생하는 뜨거운 열과 암석층이 그을렸기 때문입니다.

단층을 중심으로 위쪽 지층이 왼쪽으로 움직였습니다.

한 번에 1~2m씩 11m나 움직였는데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이곳에서 큰 지진이 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시기는 지질학적으로는 최근인 신생대 제4기 이후였습니다.

지진이 날 때 땅이 움직인 거리, 즉 변위를 알면 지진의 규모를 알 수 있습니다.

[김영석/국가활성단층조사단장 (1차)] "한 번에 움직일 때 지진이 클수록 (땅이) 많이 움직이죠. 여기서는 규모 6.5~7 정도로 추정되는 지진들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울산 외곽의 야산에서 발견된 다른 활성단층입니다.

큰 지진으로 땅이 움직여 암석층이 1.1m쯤 위로 솟구쳤습니다.

암석층이 움직일 때 바위가 갈린 부분이 가루가 됐고, 그 가루는 지하수에 젖어 점토층이 됐습니다.

점토층은 단층이 큰 지진을 일으켰다는 걸 알려주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겉보기엔 평범한 농토처럼 보이는 곳을 굴착기로 팠습니다.

땅속에 숨어 있던 활성단층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땅이 산과 농지, 건물로 덮여 활성단층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조사단은 항공기와 레이저로 의심 지역을 좁힌 뒤, 땅을 굴착 해 단층을 찾아냈습니다.

건강검진에 비유하면 내시경으로 먼저 검사한 뒤 조직검사로 질병을 확인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조사단은 지금까지 경남과 경북 등 한반도 동남부에서 활성단층 분절들을 찾았다고 밝혔습니다.

분절이란 지진이 날 때 한 번에 움직이는 단층 구간을 말하는데, 지진 강도를 예측할 때 중요합니다.

[김영석/국가활성단층조사단장(1차)] "쉽게 말해서 살아 있는 단층이고 그래서 가까운 미래에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단층, 그것이 위험한 단층입니다."

16개 활성단층 분절을 지도에 표시한 화면입니다.

[현인아/기후환경팀] "최근 5년간 이어진 1단계 단층 조사 결과 동남권에서 새로이 16개의 활성단층 분절을 밝혀냈습니다. 이 분절들에서는 최대 규모 7의 강진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16곳 중 7곳은 원전에서 반경 32km 안에 있었습니다.

이른바 '설계고려단층'인데 주변에 이런 단층이 있으면 원전 내진 설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의 주요 시설에 대해 규모 7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성능을 강화했다고 말합니다.

지진 전문가들은 그러나 오래된 원전들은 규모 6.5~7에 달하는 큰 지진을 견딜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다고 말합니다.

[김영석/국가활성단층조사단장(1차)] "노후한 원전들은 우리가 예상하는 최대치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위험할 수가 있죠."

큰 지진이 나면, 울산 주변에 산재한 석유화학단지 등 산업 시설과 도심 지역도 큰 피해가 우려됩니다.

화학 단지들에는 공정상 많은 파이프가 설치돼 있습니다.

이런 파이프가 파손되면 유독가스 누출이나 폭발 위험이 있습니다.

[김영석/국가활성단층조사단장(1차)] "배관들이 굉장히 약하거든요. 그런 것들이 파열돼 (화학물질이) 누출되는 피해가 상당히 예상이 되죠."

단층에서 가까운 곳에는 울산과 경주, 포항, 부산 등 대도시가 있습니다.

울산에서 내진 설계가 된 건물은 21.4%였습니다.

부산과 경남, 경북 지역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언제든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활성단층은 한반도 동남부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조사단은 단층 조사 지역을 수도권과 충청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난 2012년 조사에서 활성단층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표시한 지도입니다.

붉은색 점선이 활성단층 의심 지역인데요.

전라, 충청, 수도권에도 있습니다.

서울과 가까운 곳에서도 활성단층 의심 지역이 발견됐습니다.

조사단은 과거 지진을 보면, 한반도에서 동남부 다음으로 위험한 곳은 수도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전에도 활성단층의 위치를 확인하는 조사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위치뿐 아니라 단층의 크기와 움직인 변위까지 측정해 미래의 지진 위협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나가고 있습니다.

조사팀은 활성단층이 발견된 곳은 건물과 주요 시설의 내진 설계를 강화하도록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많은 학생이 다니는 학교, 지진이 나면 부상자를 치료해야 할 병원 등은 우선적인 강화 대상입니다.

내진 설계가 미흡한 도시에 강진이 나면 얼마나 큰 비극이 벌어지는지 튀르키예가 보여줍니다.

우리나라는 튀르키예나 일본처럼 자주 큰 지진이 나는 곳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반도 곳곳에 위험한 활성단층 있고, 활성단층에 지진 에너지가 꾸준히 쌓이고 있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이번 조사는 한반도에도 강한 지진이 나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후환경 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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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아 기자(inna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today/article/6465609_362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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