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시장 프로젝트에 녹아든 상생 키워드
창업 지원·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 시각 이어져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는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넘어, 지역을 살리면서 청년 창업과 고용 문제에 대한 좋은 답안을 제시한 선례가 됐다. 활성화된 상권이 마주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미리 방지하고 주변 상권과 상생하고 있다는 점 역시 예산시장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요소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시장의 의미 있는 변신을 벤치마킹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산시장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시장이 이렇게 성공적으로 부흥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예산시장에 입점할 창업자를 모집할 때 신청률도 저조했다. 신청 조건은 '주민등록주소지가 예산일 것'이었다. 신청하고 선정될 때까지 1년 넘게 기다린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예산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겠다는 사람들이 어렵게 모였고, 더본외식산업개발원의 창업자 교육과 메뉴 컨설팅을 거쳐 시장에 터를 잡았다. 예산시장에 새로 생긴 다섯 곳의 식당은 금오바베큐, 시장닭볶음, 신광정육점, 선봉국수, 불판빌려주는집이다.
주변 상권 고려해 메뉴 개발…기존 가게에도 레시피 제공
메뉴는 주변 상권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닭을 주재료로 하는 매장들은 기존에 장사하고 있는 통닭집과 메뉴가 겹치지 않게 닭바비큐와 닭볶음탕을 주메뉴로 삼았다. 주변 정육점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새로 들어온 정육점의 주력 메뉴는 돼지 특수부위로 선정했다. 오래도록 시장을 지켜온 가게에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컨설팅이 이뤄졌다. 시장중국집에는 짜장면에 돼지기름의 고소한 맛을 더할 것을 조언했고, 예터칼국수에는 '마라 칼국수'의 레시피를 선물했다. 푸짐하고 슴슴한 칼국수에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마라향을 더한 것도 백 대표의 아이디어다.
시장 외곽에 위치한 떡집의 대표 메뉴는 '고기떡'이 됐고, 시장 안에 있던 카페에는 빽다방 개발팀이 연구한 사과 음료가 들어간다. 대흥상회는 기존에 판매하던 건어물을 맥반석에 구워 팔며 매출을 신나게 올린다. 백 대표가 원하는 것은 시장 내의 상생이다. '모든 분이 이곳을 찾아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로 인해 예산시장 전체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백 대표의 생각은 '너도나도 힘 모아 새마을 이룩하자'는, 닭볶음탕집 벽에 적힌 문구와 겹쳐진다. 상생의 범위는 시장 밖까지 넓어진다. 이제 선봉국수의 파기름 비빔국수 레시피는 주변 국숫집에도 공유된다. 이곳들도 새롭지만 저렴한 파기름 비빔국수를 팔면서 많은 방문객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매장이 들어오는 공간은 백 대표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예덕학원을 통해 매입했다. 장사가 잘되면 임대료가 오르고 결과적으로 기존 상인들이 내쫓기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사학재단의 수익용 재산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도교육청을 설득해 허가를 받는 과정도 거쳤다. 시장의 가게들은 비슷한 임대료 수준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점포 매입을 통해 임대료를 유지할 경우 다른 가게들의 임대료 역시 많이 오르지 않도록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봤다. 같은 이유로 4월에 오픈하는 매장들 역시 추가적인 점포 매입을 통해 꾸려졌다.
예산시장 상인회에서도 시장 내 가게 임대료를 안정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조세제 예산시장 상인회장은 "예산시장이 주목을 받으면서 비싼 값에 가게를 사겠다는 외지인이 몰리고 있다. 총회를 통해 가게를 외지인에게 비싸게 판매하지 말 것을 논의했고, 가게를 팔 때 더본코리아 측과 예산 군민에게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임대료 역시 이전 임대료를 유지하기로 했다"며 "예산시장의 부흥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현상이 아닌, 백종원 대표의 아이디어를 통해 일궈낸 현상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자는 것이 그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니만큼 우리가 그것을 스스로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그 정신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이 부활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도 생겼다. 예산군 상인회와 예산지역자활센터가 연계해 고용한 '깔끔이 사업단'이 일한다. 먹거리 장옥을 찾은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면 자활사업 참여자들이 신속하게 테이블을 정리한다. 자립을 위한 자활사업에 참여한 이들에게 활력이 넘치는 예산시장은 직장이 된다. 많은 방문객이 찾아오면서 이들도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게 됐다. '깔끔이 사업단'은 휴장 기간 동안 고객 응대와 안전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다시 북적이는 예산시장에서 방문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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