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헤어질 결심

신현길 안전성평가연구소 예측독성연구본부 박사 2023. 3. 2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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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많은 화학물질은 독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동물 시험을 거치게 된다.

대체 시험으로서 인공지능 모델은 이제까지 축적된 동물 시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약물 개발 과정에서 대체기술을 활용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12월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 보급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 발의를 시작으로 관련 정책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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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길 안전성평가연구소 박사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많은 화학물질은 독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동물 시험을 거치게 된다.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할 때도 사람에게서 나타날 부작용을 미리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임상 시험에서 사람에게 투여할 용량을 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그러나 동물과 사람은 다르기 때문에 완전 대체가 될 수 없다는 한계와 동물의 희생을 최소화하고자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동물 대체 시험법' 연구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동물 대체 시험법 개발에 적용되는 원칙으로 3R이 있으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R(Replace)은 동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대체하는 시험법 개발을 말한다. 두 번째 R(Reduce)은 동물 시험을 꼭 해야 한다면 사용하는 동물 수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세 번째 R(Refine)은 동물이 시험 중에 받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도록 시험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동물 시험 완전 대체에 가장 성공한 사례로는 '화장품 안전성 평가 기술'이 있다.

유럽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화장품 개발 과정에서 동물 시험을 법적으로 금지했으며, 동물 시험을 통해 개발된 화장품은 판매 금지 조치를 내리고 있다. 그래서 화장품은 세포실험과 인공지능 모델을 함께 활용해 안전성을 예측하고 있다. 최근에는 살충제 개발을 위한 동물 대체 시험법들도 개발됐으며, 이를 허용하기 위한 관련 규제들이 검토되고 있다.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의 예측 결과를 허용하는 경우가 하나 있는데, 바로 의약품의 불순물이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다. 약에 미량으로 섞여 있는 불순물이 돌연변이를 유발하는지 확인하는 경우에는 인공지능 모델의 예측 결과만을 제출해도 된다는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바 있다. 신약에 대한 규제가 얼마나 보수적인지를 감안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대체 시험으로서 인공지능 모델은 이제까지 축적된 동물 시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여러 논문에서 인공지능 모델이 세포 시험 혹은 동물 시험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고 보고되고 있다. 기존에 축적된 동물시험 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면 새로운 물질에 대한 독성을 예측할 수 있으며, 화합물 구조를 통해서도 동물 시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모델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인 데이터의 문제로 현재 인공지능에 활용되는 동물시험의 데이터는 인공지능으로 완전하게 대체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인공지능이 훈련하는데 사용된 데이터와 전혀 다른 데이터가 들어오게 되면 인공지능의 예측 결과는 믿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크게 성공을 거둔 인공지능 모델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이용해서 개발된 경우로, 동물 시험의 경우 데이터를 생산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서는 동물의 희생을 줄이고 효율적인 신약 개발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약물 개발 과정에서 대체기술을 활용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12월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 보급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 발의를 시작으로 관련 정책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

또한 동물 대체 시험의 기술 개발은 규제 변화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대체 기술 활용을 위한 규제 변화들도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과학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면밀하고 유연한 대처가 이뤄졌을 때, 기술은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익숙한 것과의 이별은 늘 어렵고 서툴 수밖에 없다.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우리는 동물 시험과 헤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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