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인천공항 면세사업권 쟁탈 결말은…이번에도 '승자의 저주'?

높은 임대 가격 써낸 사업장 결국 '임대료' 부담 우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인천공항=뉴스1) 정진욱 기자 = '10년 사업권'이 걸린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신규 입찰 결과를 두고 승기를 잡은 면세 사업자가 '이겨도 득이 되지 않는 승리'를 가리키는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승자의 저주'가 이번에도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인데, 원인은 과도한 임대료 부담 때문이다. 신라와 롯데는 과거 2006년과 2018년 각각 과도한 임대료 부담에 면세사업권을 반납한 적이 있다.

20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대기업 참여 가능 사업권 중 DF1~4에선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 DF5에선 신세계·현대백화점·신라면세점이 각각 복수사업자로 선정됐다.

중소중견기업 사업권인 DF8~9에선 경복궁면세점과 시티플러스가 이름을 올렸다.

대기업 사업권 5개 중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각 2곳에 입점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5개 사업권은 △DF1·2(향수·화장품·주류·담배) △DF3·4(패션·액세서리·부티크) △DF5(부티크)다. DF 1~2에서 1곳, 3~5에서 1곳 등 최대 2개 사업권을 가져갈 수 있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5개 구역에 모두 응찰했고 CDFG(중국국영면세점그룹)는 DF1~4, 롯데면세점은 DF1·2·5, 현대백화점면세점은 DF5에만 제안서를 냈다.

CDFG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될 때 한국 면세기업을 밀어내고 세계 면세점 매출 1위로 올라선 중국 국영기업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7일 입찰기업 가격개찰 뒤 사업제안서 평가 결과와 합산한 점수를 기준으로 사업권별 복수사업자를 선정했는데, 롯데가 탈락하는 이변이 나왔다.

먼저 신라는 1그룹의 DF1- 8987억원, DF2-9163억원으로 각각 입찰가격 최고점수인 40점을 받았다. 2위 신세계는 DF1-8250억원으로 36.7점, DF2-9020억원으로 39.4점을 받았다.

2그룹 사업권은 신세계가 1위를 차지했다. 신세계는 DF3-2690억원, DF4-2506억원, DF5-1760억원으로 입찰가격 점수에서 최고점 40점을 받았다.

신라는 DF3-2530억원으로 37.6점을, DF4-2200억원으로 35.1을, DF5-1760억으로 38.8점으로 각각 받았다.

이목을 끌었던 CDFG는 응찰한 1그룹 2개, 2그룹 2개 등 4개 사업권에 대한 입찰가격 점수에서 모두 3위를 차지했다.

CDFG의 입찰가격 점수는 DF1-7388억원(33점), DF2-7833억원(34점), DF3-2238억원(33점), DF4-1928억원(31점)으로 신라와 신세계가 받은 점수(40점)와 비교하면 7~9점까지 낮아 이번 면세사업자 선정에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롯데면세점은 임대료 경쟁에서 신라, 신세계, CDFG에게 밀려 꼴찌를 했다.

DF5-럭셔리 부티크 사업권에서 1200억원을 제시한 롯데면세점은 가격점수 27.3을 받아 1109억원을 제시한 현대백화점보다 2.1점을 높게 받았다. 하지만 롯데면세점은 사업계획서 평가에서 결과가 바꼈다.

신라와 신세계가 1·2그룹 사업권 중 각각 1개씩 2개 사업권을 가져갈 경우 현대백화점은 DF5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중소중견기업 사업권인 DF8·9는 경복궁면세점과 씨티가 복수사업자로 선정됐다.

◇2015년 롯데면세점이 경험한 '승자의 저주' 이번엔 누가?

이번 입찰에서 1그룹 DF1-6738억원(30점), DF2-7224억원(31.5점), 2그룹 DF5-1200억원(27.3점)으로 탈락이 확실시 된 롯데면세점은 '승자의 저주'에 대한 기억으로 다소 보수적으로 금액을 적었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2015년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당시 높은 금액을 써 사업권을 따낸 롯데는 2018년 높은 임대료 탓에 일부 매장을 자진 철수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의 원칙이 이번에도 제기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온다. 과도한 임대료가 부담이 되서다.

면세업체들이 파악한 결과, 인천공항공사 입찰제안서에 따른 이용객 연동 임대료 방식으로 임대료를 산정한 결과, 향수·화장품·주류·담배 사업권에 신라는 1인당 최대 9163원을, 신세계는 최대 9020원을 썼다. 떨어진 3위 CDFG는 7833원을, 4위 롯데는 7224원을 각각 썼다.

각 사업자가 써낸 입찰가를 기준으로 높은 임대료를 제시한 업체를 선정(2019년 출국객 3528만명 기준)해 비교하면 신라와 신세계는 연간 평균 4000억원 가량의 높은 임대료를 인천공항공사에 내야 한다. '승자의 저주'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각 사업자들이 승기를 잡기 위해 입찰가를 높게 썼지만, 결국 임대료가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며 "고물가인 상황에서 면세품 가격을 올리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gut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