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간지풍의 눈물

김기수 2023. 3. 20. 05: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강풍으로는 유명한 선자령 바람도 울고 갈 양간지풍! 휘청이는 몸을 숙인 채 무전기 넘어 바람 소리에 섞여 "현장 풍향과 풍속은?" "진행 방향과 주민 대피 상황은?" "진화 헬기는 뜰 수 있겠나?" 산불 현장 도착 보고 즉시, 쏟아지는 목소리들 왜냐구요? 여기가 바로 양간지풍으로 유명한 '속초·양양·고성'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2000년 고성 죽왕면 2096㏊, 2005년 양양 낙산지구 973㏊, 2018년 고성 간성읍 357㏊, 2019년 고성 토성면 1267㏊, 누적 피해 면적으로는 축구장 크기의 6572배, 피해액은 약 2531억 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낙산사지구 산불과 고성 토성면 산불 모두 4월 양간지풍 시기 발생한 대형산불이며, 현장 체감 풍속 22㎧에 사람마저 쓰러트릴 정도의 돌풍도 발생하므로 산불 현장에는 헬기 투입은 물론, 진화대의 접근조차 불가능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산불재난입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기수 양양국유림관리소장

강풍으로는 유명한 선자령 바람도 울고 갈 양간지풍!

휘청이는 몸을 숙인 채 무전기 넘어 바람 소리에 섞여 “현장 풍향과 풍속은?” “진행 방향과 주민 대피 상황은?” “진화 헬기는 뜰 수 있겠나?” 산불 현장 도착 보고 즉시, 쏟아지는 목소리들… 왜냐구요? 여기가 바로 양간지풍으로 유명한 ‘속초·양양·고성’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산불에서 가장 중요한 ‘풍속’, 즉 바람 강도에 대한 진화대원의 대답은 한결같이 “바람이 세지 않아서 초기 진화가 가능했고”, “바람이 세지 않아서 헬기 공중 지원은 물론 직접 진화가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기후 온난화로 더욱 거세진 ‘양간지풍’. 봄철 양양과 간성 사이에 발생하는 남서풍으로 태백산맥 서쪽에서 발생한 상층의 따뜻한 공기와 하층의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어 동쪽 급경사면을 타고 동해안 지역으로 빠르게 내려오는 건조한 바람. 그 바람 길에 작은 불씨라도 만나게 되는 어떤 봄날은 ‘눈물의 날’이 되고 맙니다.

2000년 고성 죽왕면 2096㏊, 2005년 양양 낙산지구 973㏊, 2018년 고성 간성읍 357㏊, 2019년 고성 토성면 1267㏊, 누적 피해 면적으로는 축구장 크기의 6572배, 피해액은 약 2531억 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낙산사지구 산불과 고성 토성면 산불 모두 4월 양간지풍 시기 발생한 대형산불이며, 현장 체감 풍속 22㎧에 사람마저 쓰러트릴 정도의 돌풍도 발생하므로 산불 현장에는 헬기 투입은 물론, 진화대의 접근조차 불가능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산불재난입니다.

속초·양양·고성은 수년째 반복되는 봄철 대형산불로 산불예방 및 진화인력 2296명, 진화차 등 진화·예방장비 6027대를 비롯해 진화 시스템이 잘 준비되어 있지만 강한 양간지풍에 올라탄 산불은 진화대원의 머리 한참 위 소나무 수관 사이로 휙휙 날아다니며 빠르게 번져 주민에게는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지난해 전국 산불 통계를 보면 740건 중 508건, 69%가 산림 주변 논·밭두렁 태우기·비닐하우스 용접·화목보일러 부실 관리·차량화재 등 모두 사람 실수로 인해 산불로 확산하는 것입니다.

매년 봄철 서쪽에서 불어오는 양간지풍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그 바람길에 불티를 만들어 던진 사람의 잘못이 있습니다.

계절에 맞춰 올봄 불어오는 반가운 봄바람을 맞이하며 이제 더 이상 양간지풍의 눈물이 흐르지 않게 해야겠습니다. 봄철 양간지풍 시기 바람길에서 국민 여러분, 정말 정말 산불조심합시다.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