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54] 모럴 해저드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1973년 앨범 ‘The Dark Side of the Moon’은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무려 958주나 머무는 신기원을 이룩하며 대중음악사의 고전이 되었다. 이 앨범의 전편을 가로지르는 즉물적이고 냉담한 사운드는 이 앨범의 주제인 현대사회에 대한 냉소적이고 허무주의적인 비판과 잘 어울린다.
현금인출기에서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로 시작하는 이 곡은 자본주의의 핵심인 돈에 대한 신랄한 사색으로 가득 차 있다. ‘아, 제발이지 돈으로 좋은 일 해라 같은 헛소리 좀 하지 마(Ah, don’t give me that do-goody-good bullsit)’라고 운을 뗀 뒤 이 노래는 다음과 같은 풍자적인 결론에 바로 도달한다.
“돈, 그건 범죄야/공평하게 나눠, 그러나 내 몫은 건드리지 마/돈, 그들은 이렇게 말하지/돈은 오늘날 모든 악의 뿌리라고/그러나 네가 월급 좀 올려달라고 요청할 때/그들이 절대로 안 올려준다는 사실은 놀랍지도 않지(Money, it’s a crime/Share it fairly, but don’t take a slice of my pie/Money, so they say/Is the rootof all evil today/But if you ask for a rise, it’s no surprise/thay they’re giving none away),”
돈 앞에서 인간의 도덕은 무장해제된다. 경기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미국 정부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이 이미 파산했고 크레디스위스(CS)까지 유동성 위기에 몰리며 금융발 불안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은행의 경영진은 파산이 공식화되기 전에 보유 주식들을 대규모로 처분했음이 드러났다. 다시 돌고 돌아 ‘모럴 해저드’다.
영화 ‘원초적 본능’으로 톱스타가 된 샤론 스톤이 재산의 절반을 잃었다는 뉴스로 더 알려진 SVB는 파산 후 압류 직전까지 임직원에게 연간 보너스를 지급했고 돈을 챙긴 베커 회장은 파산 사흘 뒤 하와이 마우이 섬으로 유유히 휴양을 갔다. 딱 오십년 전의 이 노래가 더 생생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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