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봐라~ 우리 모두가 정년이" 창극으로 태어난 웹툰, 신명나네

장병호 2023. 3. 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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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 나갔던 정년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 신작 창극 '정년이'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지난해 10월 공연한 국립창극단의 '나무, 물고기, 달'의 연령별 관객 분포가 20대 25%, 30대 26%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정년이'에 대한 2030 관객의 높은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 윤정년 역에 국립창극단 대표 단원 이소연, 조유아가 더블 캐스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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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국립창극단 신작 '정년이'
원작 인기에 개막 2개월 전 전석 매진
전통공연임에도 2030 관객 비중 70% 달해
빠른 극 전개·유머, 110분 지루할 틈 없어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티브이 나갔던 정년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 신작 창극 ‘정년이’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주인공 윤정년이 TV 방송국으로 도망쳤다 국극단으로 돌아온 장면. 윤정년 역의 이소연이 각설이 타령을 개사해 노래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얼씨구” “좋다” 등 관객의 추임새까지 더해져 객석 분위기는 한층 더 달아올랐다.

국립창극단 창극 ‘정년이’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창극 공연에서 추임새가 나오는 건 흔하다. 그러나 이날 공연장 분위기는 달랐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 대다수가 전통공연과 거리가 먼 20~30대 여성 관객이었기 때문이다. ‘웹툰의 창극화’라는 국립창극단의 새로운 도전이 2030 관객을 사로잡은 것이다.

국립창극단은 전통 판소리는 물론 그리스 비극, 셰익스피어 희곡 등 서양 고전까지 창극으로 제작하며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은 도전으로 전통의 외연을 확장해왔다. ‘정년이’에서는 2030세대가 즐겨 보는 웹툰을 소재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원작 웹툰 ‘정년이’(글 서이레, 그림 나몬)는 1950년대를 풍미한 ‘여성국극’을 소재로 삼은 작품. 소리 재능을 타고난 목포 소녀 윤정년과 소리꾼들의 성장과 연대를 그렸다. 2019년부터 4년간 연재되며 “여성 서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엔 ‘올해의 양성평등 문화콘텐츠상’을 받았다.

‘정년이’에 대한 2030 관객의 관심은 개막 전부터 심상치 않았다. 개막 2개월 전 티켓 오픈과 동시에 9회 공연이 모두 매진됐다. 이에 국립극장은 총 3회 공연을 추가했고 이 역시 순식간에 판매됐다. 국립극장에 따르면 ‘정년이’의 연령별 관객 분포는 20대가 40%, 30대가 30%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공연한 국립창극단의 ‘나무, 물고기, 달’의 연령별 관객 분포가 20대 25%, 30대 26%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정년이’에 대한 2030 관객의 높은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성별 분포에서는 여성 관객 비중이 92%로 압도적이었다.

국립창극단 창극 ‘정년이’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창극으로 첫선을 보인 ‘정년이’는 웹툰 원작답게 스피디한 극 전개와 적재적소에 배치된 유머로 110분의 공연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원작의 중심 소재인 여성국극은 소리·춤·연기가 어우러진 종합예술로 여성이 모든 배역을 연기하는 것이 특징. 1950년 한국전쟁 직후 최고의 대중예술로 인기를 얻었으나 지금은 쉽게 만날 수 없는 장르가 됐다. 국립창극단은 웹툰을 통해 상상했던 여성국극을 무대 위에 고스란히 재현해내 관객에게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선사했다.

관객들은 방대한 원작의 큰 줄기를 지키면서도 적절한 압축과 요약으로 원작의 주제 의식을 살린 점에 호평을 보냈다. 이는 창작진의 오랜 고민의 결과다. 남인우 연출은 제작발표회에서 “이 작품의 매력은 여성 주인공의 성장 서사와 여성들의 연대”라며 “원작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이야기 등의 변화는 피할 수 없겠지만 원작의 매력만큼은 잃지 않으려고 한다”고 연출 방향을 설명했다.

정년이 외의 다른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인물 관계까지 축소된 점은 아쉬운 지점이다. 그러나 국립창극단 단원들의 깊이 있고 구성진 소리가 그 아쉬움을 채운다. 특히 정년이가 엄마와 함께 부르는 ‘추월만정’은 판소리가 낯선 2030 관객에게도 소리의 매력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소리꾼 겸 배우 이자람이 작창·작곡·음악감독을 맡았다.

주인공 윤정년 역에 국립창극단 대표 단원 이소연, 조유아가 더블 캐스팅됐다. 왕윤정, 김우정, 김금미, 정미정, 허애선, 서정금, 김미진, 이연주, 민은경 등 국립창극단 여성 단원들이 주요 배역으로 출연한다. 공연은 오는 29일까지 이어진다.

국립창극단 창극 ‘정년이’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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