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이 날까? [남성욱의 동북아 포커스]
'나비효과'로 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
한국전쟁처럼 장기화 가능성 높아져
종전해도 미국과 중·러 갈등 심화할 듯
우크라이나 전쟁은 과연 언제 막을 내릴까? 유시유종(有始有終)이라 분명히 끝이 있을 텐데 터널을 빠져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쟁 종료는 요즘 기업인이나 식자층들 모임에서 가장 빈번하게 논의하는 주제 중의 하나다. 동유럽에서 일어난 전쟁은 '나비효과'를 타고 전 세계에 정치는 물론 에너지와 부품 공급망 차질 등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 전쟁으로 군수산업이 급성장하는 측면도 있지만 민생경제는 말이 아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침공을 시작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포격전을 강화하며 진흙밭에서 춘계 대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양측 사상자만 30만 명을 넘어섰지만 승자 없는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서방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고 있고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10대 조건 휴전안을 걷어찼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1945년 2차 대전 이후 유엔을 중심으로 성립된 국제질서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만 3년을 지속했던 한국전쟁의 사례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1950년 6월 발발한 한국전쟁은 1년 동안 한반도 남북한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한 후에는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다. 서울과 평양이 각자 영토를 수복한 이후인 1951년 6월부터는 38도선을 경계로 국지적인 고지전(高地戰)으로 시간이 흘러갔다. 수백 차례의 휴전협상이 판문점 물밑에서 진행되었으나 실질적인 정전협상은 2년이 경과한 1953년 3월 5일 전쟁을 기획하고 연출했던 소련의 스탈린이 사망한 이후에 본격화되었다. 신생 중공(中共)의 마오쩌둥 역시 전쟁을 지속할 이유가 없었다. 신속하게 인민해방군을 북한에서 철군하여 국가건설에 투입하는 것이 시급했다. 조연 배우 중의 하나인 김일성도 전후 복구에 주력하였다. 미국 역시 3년 동안 지속된 전쟁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전쟁을 기획한 총감독이 사라지면서 한반도에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이 형성되었다. 오직 한국의 이승만 대통령만이 북진통일을 주장하며 정전에 반대했다. 이 대통령은 정전협정 묵인 조건으로 1953년 10월 워싱턴으로부터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얻어냈다. 당시 노(老) 대통령은 변영태 외무장관과 덜레스 미 국무장관이 서명한 문서로 한국의 후손들이 안전해질 것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속전속결로 4개월 만인 7월 27일 판문점에서 유엔 참전국을 대신한 미국과 중공·북한이 정전협정 문서에 서명하고 3년에 걸친 전쟁이 막을 내렸다. 1년 만에 승패 없이 끝날 전쟁이 2년 이상 지속된 것이다. 한국전쟁의 정전협정 조인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유사한 경로를 밟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상을 떠올리게 한다. 전쟁은 지속에 대한 명분과 실익이 사라져야 종전이 가능하다. 명분에 집착하는 푸틴과 러시아의 위협을 느낀 서방이 단기에 합의점을 찾기는 용이하지 않다. 나토 등 서방과 중·러 간의 진영 갈등으로 첨단무기 투입에 의한 '땅따먹기식'의 소모전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에서는 미·중이 직접 충돌했으나 우크라이나에서는 냉전 이후 최초로 미국 무인기와 러시아 전투기가 충돌하였다. 힘의 균형을 모색하기에는 아직은 서방과 크렘린 양측의 피로도가 누적되어 있지 않다. 시진핑과 푸틴이 이번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등 상황은 복잡 미묘하다. 전쟁 장기화, 종전 및 휴전의 3개 시나리오 중에서 현재로선 한국전쟁 3년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쟁 이후 냉전은 지속되었지만 질서는 일부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질서는 미국과 중·러 간의 갈등으로 불안정성이 고조될 것이다.
나폴레옹 전쟁을 겪은 프로이센의 장군이자 군사학자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1832년 발간된 전쟁론(On war)에서 "전쟁이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라고 설파했다. 결국 푸틴, 시진핑 등 스트롱맨의 정치가 방향을 전환하지 않으면 매일 비극은 지속될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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