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명승부…누가 WBC를 의미 없다 하나

심진용 기자 2023. 3. 19.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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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를 울린 터너의 그랜드슬램…미국의 환호 WBC 미국 대표팀 선수들이 19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8강전에서 8회초 역전 만루홈런을 터뜨리고 홈인하는 트레아 터너(가운데)를 두들기며 기뻐하고 있다. 마이애미 | EPA연합뉴스
스타들 몸 사린다는 편견은 ‘옛말’
일본 오타니 등 빅리거들 맹활약
다이빙 캐치 등 허슬플레이 많아져
출범 후 첫 1R 관중 100만명 ‘흥행’
베네수엘라 잡고 4강 막차 탄 미국
20일 쿠바와 준결승 ‘운명의 맞대결’

매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릴 때마다 ‘의미 없는 대회’라는 비판 혹은 비아냥이 나온다. 최고의 선수들은 이미 메이저리그에 모두 모여있고, 그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이런저런 이유로 WBC에 불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WBC의 위상은 대회가 치러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규모 또한 커지고 있다.

이번 대회 1라운드 40경기 총 관중은 101만999명으로 집계됐다. 대회 출범 후 처음으로 조별라운드 관중 100만명을 넘었다. 참가국이 늘어난 영향이 있지만, 경기당 관중도 2만5275명으로 종전 2만402명 기록을 넘어섰다.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이 부상을 우려해 WBC에서는 몸을 사린다는 편견도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는 8강 이탈리아전에서 매번 공을 던질 때마다 ‘악’하는 기합을 냈다. 시즌 때도 나오지 않은 직구 최고구속 164㎞가 나왔다. 다이빙 캐치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도 예사로 나온다.

도미니카공화국 단장 겸 선수로 대회에 참가한 넬슨 크루스는 ‘라 비다 베이스볼’ 인터뷰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모든 일은 더 큰 의미가 있다”며 “WBC야말로 진짜 월드시리즈”라고 말했다. 멕시코 외야수 랜디 아로사레나는 8강 푸에르토리코전에서 팀을 구한 자신의 결정적인 수비에 대해 “월드시리즈에서 친 내 어떤 홈런보다도 낫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팀 주장 마이크 트라우트는 ‘디어슬레틱’ 인터뷰에서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푸에리토리코 대표팀 에드윈 디아스가 조별라운드 마지막 경기 승리 후 세레머니를 하다 시즌 아웃 부상을 당하면서 WBC에 대한 우려가 새삼 나오지만 반박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같은 푸에르토리코 대표이면서 디아스의 뉴욕메츠 동료이기도 한 프란시스코 린도어는 “메츠 팬들이 얼마나 상처받았을지 이해한다”면서도 “나라를 대표하는 건 모든 푸에르토리코 선수의 꿈이다. 푸에르토리코뿐 아니라 WBC에 나선 모든 선수들이 이곳이 있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느낀다”고 말했다. ‘디어슬레틱’의 브리타니 지롤리는 칼럼에서 “디아스의 부상은 끔찍하지만, WBC를 탓해서는 안 된다”며 “LA다저스 유격수 개빈 럭스는 시범경기에서 시즌 아웃 부상을 당했지만, 그 누구도 시범경기를 폐지하라고 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열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19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WBC 8강 마지막 경기에서는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9-7로 이겼다. 미국 9번타자 유격수로 나선 트레아 터너가 8회초 실비노 브라초에게 역전 만루홈런을 쳤다. 터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야구 인생 최고의 홈런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너무 짜릿했다. 내가 뭘 했는지 잘 모르겠다. 기억이 잘 안 난다”면서 “즐거웠다. 그게 우리가 경기를 하는 이유고, 여기 있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마크 데로사 미국 대표팀 감독은 “내가 했던 경기 중 가장 대단했던 경기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4강 일보직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8회 위기에서 팀 내 최고 불펜투수 호세 알바라도를 올리지 못한 타격이 컸다. 베네수엘라 마무리 투수 알바라도는 9회 등판을 기다리던 중, 8회 주자가 쌓이자 황급히 몸을 풀었지만 때를 맞추지 못했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타격왕 루이스 아라에스가 홈런 2개를 터뜨렸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위안이라면 론디포파크를 가득 메운 마이애미 홈팬들에게 화끈한 신고식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아라에스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미네소타에서 마이애미로 이적했다.

미국은 20일 쿠바와 만난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미국이 크게 앞선다는 평가지만 속단할 수는 없다. 미국-쿠바전 승자와 21일 열리는 일본-멕시코전 승자가 22일 결승에서 맞붙는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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