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도이치 계좌 모른다’지만…권오수로 향하는 검찰 수사
1심서 권씨 신빙성 배척…법조계 “권씨, 계좌 활용 경위 알 것”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자들을 불러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여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김 여사 계좌로 주식을 매매한 것으로 지목된 이들은 대부분 ‘김 여사를 모른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김 여사 모녀와 친밀한 관계였고 주가조작을 주도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으로부터 어떤 진술을 받느냐에 따라 수사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소위 2차 작전에 관여한 김모씨와 이모씨, 민모씨 등을 최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최종 처분을 위해 이들을 추가로 불러 조사 중이다.
1심 판결에서 주가조작에 활용된 김 여사 계좌는 최소 3개로 인정됐다. 그런데 이 계좌들로 주식을 매매한 것으로 지목된 이들은 재판에서 김 여사를 몰랐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의 민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2차 작전 주포 김씨는 “(김 여사 계좌를) 적어도 민씨가 운영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이씨가 했다는 확률도 미심쩍다”며 “아마 권 전 회장과 김 여사가 전화 통화를 해서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와 민씨는 2010년 11월 ‘3300원에 8만개 매도하라고 하셈’이라는 메시지 발송 7초 후 김 여사 계좌에서 8만주 매도 주문이 나왔을 때 관여한 인물들이다.
김씨는 권 전 회장을 “저 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블랙펄 인베스트먼트 직원 민씨는 그를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1심 재판부가 김 여사 계좌를 일임받았을 것으로 본 이씨도 재판에서 ‘모 회장님’과 권 전 회장으로부터 김 여사를 소개받은 적이 있다면서도 “김 여사 전화번호도 모른다”며 주식 매매 관련성은 부인했다. 그는 ‘권 전 회장 말고 김 여사를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느냐’는 검사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1차 작전 선수인 또 다른 이모씨는 권 전 회장 소개로 김 여사를 알게 됐고, 그 자리에서 김 여사 계좌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권 전 회장은 1심 재판에서 김 여사 계좌를 잘 모른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김 여사를 증권사 관계자들에게 소개한 것은 맞지만 계좌 권한을 위임했는지, 실제로 계좌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자세히 모른다는 것이다. 권 전 회장은 법정에서 ‘8만주 매도 주문’ 때 김 여사에게 주식을 팔라고 연락한 적 없냐는 검사 질문에 “그런 적 없다. 김 여사와 자주 통화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날짜의 김 여사 계좌 주식 거래에 대해서도 “기억이 없다” “잘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 여사 모친인 최은순씨 계좌에서 주식이 매도된 시각에 김 여사 계좌에서 주식이 매수된 것에 대해서도 권 전 회장은 최씨 계좌를 자신이 운용했지만 김 여사 계좌는 몰랐다고 했다.
양쪽 논의 없이 몇 초 사이에 매도·매수 주문이 함께 나올 수 있느냐는 검사의 추궁에 권 전 회장은 오히려 “저도 보고 놀랐다. 김 여사가 매수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권 전 회장이 직접 관리한 계좌는 최 여사 것이 유일했고, 두 사람의 친분관계가 밀접했다는 점에서 사건 전말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권 전 회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진술이 모두 권 전 회장을 가리키고 있다”며 “김 여사 계좌가 활용된 경위는 권 전 회장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이 한 법정 증언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도 했다. 권 전 회장은 검찰 조사 때는 최 여사 계좌를 ‘차명계좌’라고 했다가 재판 단계에서는 ‘일임받아 관리했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의 법정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차명계좌라고 판단했다.
이혜리·김희진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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