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서 놀림감 된 한국의 장시간 노동, 계속 줄여나가야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17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주 69시간제 도입 결정을 재검토할 방침”이라며 청년층의 반발을 소개했다. 현행 주 52시간제에서도 주 70시간 이상 일하는 초과근로자나 보상 없이 빈번히 잔업한다는 노동자 사례를 전하고, 주 69시간제 정책이 분노의 촉발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장시간 노동이 “저출생 극복 방향과 맞지 않고, 자랑이 아니다”라는 전문가의 비판도 전했다. 앞서 호주 ABC 방송도 “(정부가 주 69시간제를 꺼내든) 한국 노동문화 속에 ‘Kwarosa(과로사)’라는 말이 있다”며 극심한 노동을 하다 심부전·뇌졸중으로 돌연사하는 걸 일컫는다고 부연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연장 정책이 세계적인 놀림거리가 된 것이다.
열악한 노동환경은 19일 ‘직장인 80.6%가 법정 연차휴가 15일도 다 쓰지 못한다’는 직장갑질119의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6일 미만 사용자가 41.5%로 가장 많고, 연차를 자유롭게 쓴다는 이는 일반사원급(32%)·비정규직 노동자(32.8%)·20대(37.5%)·30대(35%)에서 특히 낮았다. 이유로는 동료 업무부담(28.2%)과 연차 사용이 어려운 조직문화(16.2%)가 1·2위로 꼽혔다. 저연차 직장인이나 노조 없는 86% 사업장에선 법정휴가도 제대로 못 간다는 노동계 지적이 숫자로 재확인됐다.
연차휴가는 법이 노동자에게 보장한 권리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회사·상사 눈치를 보느라 이 기본적인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주 69시간을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하지만, 1일·1주 단위로 노동시간을 엄격히 제한하는 세계에선 유례가 없다. 한국 노동자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39일 더 일하는 구조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윤석열 정부는 이 격차를 줄이기는커녕 거꾸로 가고 있다.
윤 대통령이 뒤늦게 “주 60시간 노동은 무리”라며 적절한 상한선을 두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그러면 주 60시간은 짧은가. 직장갑질119는 “주 60시간은 주 5일 내내 밤 11시 퇴근하거나 주 6일간 밤 9시 퇴근해야 한다”며 이 역시 과로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법정휴가도 다 못 쓰는 나라에서 노동자의 노동시간 선택권·건강권·휴게권은 그림의 떡이다. 정부는 노동시간보다 생산성을 늘리고, 추가 고용을 장려·지원하는 일자리 정책을 짜야 한다. 정부는 노동정책의 기조를 바꿔 장시간 노동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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