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정수 50명 확대" vs "국회의원 80명이면 충분"... 해외 실태는
한국, 인구 850만 증가 기간 의원정수 1명 늘어
'정치 불신' 따른 의원정수 확대 반대론이 걸림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오는 27일부터 전원위원회를 통해 논의할 선거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의원정수 확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원위에서 논의할 개편안들 중 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50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안이 일부 포함되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미국은 하원의원 435명을 확정한 이래 인구가 두 배 반 늘었어도 증원이 없다. 미국 하원 기준으로 우리는 의원 80명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美 의원 1인당 인구 63만 명… OECD 평균은 8만 명
선거관리위원회의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연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기준 의원 1인당 인구수는 17만 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의원 1인당 인구수가 네 번째로 많다.
의원 1인당 인구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하원을 기준 1인당 77만 명, 상·하원 포함 시 1인당 63만 명인 미국이다. 만약 한국이 미국처럼 인구 63만 명당 1명의 의원을 선출한다고 가정하면 의원 정수는 81명 수준이다. "국회의원 80명이면 충분하다"는 홍 시장의 주장도 이를 근거로 한 것이다.
미국의 의원 수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유독 적은 배경에는 연방제 국가라는 특성이 있다. 미국 다음으로 멕시코가 의원 1인당 인구 21만 명(하원 1인당 26만 명), 일본이 1인당 18만 명(하원 1인당 27만 명) 순이다. 멕시코와 일본 사례는 미국보다 오히려 한국(1인당 17만 명)에 가깝다.
반면, 독일은 1인당 13만 명(하원 1인당 14만 명), 프랑스는 1인당 7만 명(하원 1인당 11만 명) 등으로 주요 OECD 국가의 의원 1인당 인구수는 한국보다 적다. OECD 평균 의원 1인당 인구는 상·하원을 포함한 전체 의원 기준으로 8만 명 수준이다.
정개특위 정치관계법소위는 지난 17일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전제로 한 3개 안을 의결했는데, 이 가운데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2개 안은 비례대표를 50명을 증원하는 방식이다. 만약 의원 정수가 50명 늘어날 경우엔, 우리나라는 의원 1인당 인구가 15만 명 수준이 되는 셈이다.
의원 1인당 인구 증가… 비례 줄이고 지역구 늘려 감당
의원 정수 확대를 논의하는 배경에는 의원 1인당 감당해야 하는 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제헌국회 당시 의원 정수(200명) 대비 인구(2,016만 명)를 감안하면, 의원 1인당 약 10만 명 수준이었다. 현행 선거제도가 확립된 1988년(13대 국회) 당시엔 의원 정수 299명에 인구는 4,339만 명으로, 의원 1인당 인구수가 15만 명에 다소 못 미쳤다.
이를 가장 최근에 치른 2020년 총선(21대 국회)과 비교하면, 인구가 854만 명 증가(총 5,193만 명)하는 동안, 의원 정수는 단 1명만 증가(300명)하는 데 그쳤다. 의원 1인당 인구가 17만 명까지 늘어난 이유다. 국회는 1988년 총선 당시 75명이던 비례대표 의원 수를 2020년 총선에선 47명까지 줄이되, 지역구 의원 정수를 확대(224명→253명)하는 방식으로 운용해왔다.
국민 57.7% "정수 확대 반대"… "총 인건비 동결"
문제는 '정치 불신' 위기에 따른 의원 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여론이다. 의원 정수 확대에 따른 수반되는 예산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개특위가 지난달 발표한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7.7%가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동의하지 않았다. 또 현행 의원 1인당 보좌진 9명을 둘 수 있는 상태로 의원 정수를 늘릴 경우, 1인당 약 9억 원이 더 든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기성 정치권의 정치 불신 조장→정치 불신에 따른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반대 여론→여론을 근거로 의원 정수 확대 논의 불발→기성 정치권의 기득권 유지' 식의 악순환만 반복하는 셈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이에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대신 전체 인건비와 세비를 동결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현재 9명을 보유할 수 있는 보좌진 수를 감소하거나 의원 1인당 세비를 줄여 특권을 약화해 반대 여론을 극복하자는 것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SBS와의 인터뷰에서 "인건비 동결하는 법을 만들자"라며 "의원이 늘어나면 봉급을 덜 받고 일하면 된다"고 제안한 배경이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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