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혜선의 시스루] '판도라: 조작된 낙원'의 숙제, '펜트하우스'를 지워라

현혜선 기자 2023. 3. 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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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tvN 토일드라마 '판도라: 조작된 낙원'
김순옥 작가 사단 신작
기억을 잃은 킬러의 복수극
이지아, 이상윤, 장희진 등 주연
[서울경제]
드라마, 예능의 속살을 현혜선 기자의 시점으로 들여다봅니다.
'판도라' 스틸 / 사진=tvN

'판도라: 조작된 낙원'은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황후의 품격', '펜트하우스' 등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의 보조작가였던 현지민 작가의 입봉작이다. 김순옥 작가는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힘을 실었고, '펜트하우스'를 함께한 배우 이지아, 봉태규가 합세했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작품을 보면서 '펜트하우스'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때문에 '판도라: 조작된 낙원'의 숙제는 전작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다.

tvN 토일드라마 '판도라: 조작된 낙원'(극본 현지민/연출 최영훈/이하 '판도라')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인생을 사는 여성이 잃어버렸던 과거의 기억을 회복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멋대로 조작한 세력을 응징하기 위해 펼치는 복수극이다. 홍태라(이지아)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목숩이 아깝지 않은 여자다. 남편 표재현(이상윤)을 만나기 전까지 그의 삶은 벼랑 끝이었다. 프랑스에서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나란히 잃고, 사고 후유증으로 기억까지 잃었다. 표재현을 만난 이후의 삶은 행복했다. 귀여운 딸을 낳고, 남편의 회사가 승승장구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나 15년 전 기억이 깨어나면서 혼란에 빠진다.

작품은 욕망과 사랑, 질투와 복수 등 원초적 본능을 다룬다. 각 캐릭터마다 욕망하는 바가 있고,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IT 기업 해치를 만든 세 친구 표재현, 장도진(박기웅), 구성찬(봉태규)는 표면적으로 보면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싶은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 자세히 들어가 보면, 표재현은 대통령 출마로 명예를 얻고 싶고, 장도진은 아내와 불화 속 도피처를 찾고 싶고, 구성찬은 순정을 지키고 싶다.

또 홍태라는 완벽한 가정을 지키고, 오래 전 기억의 실마리를 찾고 싶어 한다. 장도진의 아내이자 홍태라의 친구인 고해수(장희진)는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고, 앵커로서의 삶을 지속하길 바란다.

홍태라의 언니 홍유라(한수연)의 욕망은 조금 더 노골적이다. 아픈 동생을 돌봤던 그에게는 보상심리가 존재한다. 완벽한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것. 유부남이라도 상관없다. 그러다가 장도진과 불륜에 빠지는데, 이 관계를 그의 아내 고해수에게 전하려고 하다가 차이게 된다. 여기에 홍유라는 구성찬도 만나고 있는 상황. 얽히고설킨 욕망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 기대된다.

작품의 한 축이 욕망이라면, 다른 한 축은 킬러 홍태라의 비밀과 과거다. 과거 전 한울정신병원에 잡혀온 홍태라는 동생을 지키기 위해 훈련을 감내하며 킬러로 살아남는다. 그러나 원장 김선덕(심소영)은 악랄하게도 홍태라의 동생까지 킬러로 내몰았다. 분노한 홍태라가 동생과 함께 탈출을 가행하지만,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서 기억을 잃게 된 것이다. 과거의 기억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홍태라는 자신의 운명을 멋대로 조작한 배후를 찾고, 가족과 고해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 '킬빌'을 연상케하는 복수와 액션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셈이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펜트하우스'가 떠오른다. 김순옥 사단의 작품이고, 같은 배우도 함께한다. 타운하우스에 함께 모여 산다는 점, 또 욕망이라는 큰 주제를 다룬다는 것에서 분위기도 비슷하다. 불륜과 질투, 완벽에 금이 가면서 오는 불안한 균열이 그렇다. 때문에 작품의 숙제는 '펜트하우스'를 지우고, '판도라'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초반부의 느낌은 비슷하지만, 향후 전개가 많이 남은 만큼 아직 기회는 있다.

시청률은 아직 아쉬운 수준에 머물고 있다. '판도라'의 최고 시청률은 최고 시청률 5.7%(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기준)다. 3회는 3.9%로 약 1.8%P 하락했다. 전작이었던 '일타 스캔들'이 최고 시청률 17%로 엄청난 인기를 누린 것에 비해 아쉽다. 시청률 역시 아직 반등의 기회는 충분하다. '판도라'가 앞으로 시청률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현혜선 기자 sunsh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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