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방 뜰라…때아닌 투자자 원정에 뜨거워진 이곳
야산·논밭인 남사읍 일대에 삼성 투자
일자리 창출에 도로 등 시설 확대되고
상수원보호구역 등 규제해제 기대도
세계 최고 '반도체 메카'로 떠오른 용인
“땅값 오른다” 주민들 기대도 높아져
16일 찾은 경기도 용인 처인구 남사읍. 삼성전자가 2042년까지 이 지역에 300조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벌써 기대감으로 술렁거렸다. 정부는 지난 15일 용인 남사읍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남사읍에 있는 A부동산에는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사람들의 방문이 온종일 이어졌다. A부동산 정훈교 사장은 “다른 기업도 아니고 우리나라 1등 기업인 삼성전자가 용인에 새롭게 공장을 짓는다는건데, 용인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찾은 남사읍은 봉무리 일부의 주거지역과 남사읍 행정복지센터 근처 상업시설을 제외하고는 야산과 논밭이 대부분이다. 도로를 따라 일부 작은 공장들이 군데 군데 들어서 있다.
삼성전자는 이 지역에 첨단 반도체 공장 5개를 새로 짓는다. 경기도 기흥·화성·평택·이천에 있는 기존 반도체 클러스터와 연결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트’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최대 150개도 이곳에 입주한다.
주민들 관심사는 반도체 산업단지가 들어올 장소다. 반도체 산업단지는 남사읍과 이동읍 일대에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용인시가 지난 17일 남사읍과 이동읍 일대 산업단지가 들어설 사업대상지 약 710만㎡를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정한 만큼 이 지역이 가장 유력하다.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정해지면 3년간 해당 지역에서 건축물 신축이나 개축, 토지 형질변경 등이 제한된다.
주민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협력업체와 소부장 기업이 산업단지에 들어서면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한다. 최영주 남사읍 이장협의회 협의회장은 “주민들은 다들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그동안 평택과 용인, 안성 등이 ‘송탄상수원보호구역’이라 발전이 더뎠는데, 삼성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규제도 풀리고 모든 게 빨리 발전하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지역은 1979년부터 송탄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있어 공장 설립 등 개발이 어려웠다.
또다른 주민은 “산업단지가 만들어지면 삼성전자와 협력업체 직원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이 이곳에 모여들고 일자리도 많이 생길 것”이라며 “근처에 이들이 살 아파트도 지어야 하니 도로와 지하철도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대 경제연구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 라인 1개를 건설하면 약 128조원의 생산 효과와 37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예상된다. 삼성은 이번 투자로 용인에 700조원 상당의 직·간접 생산 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선 직접 고용 3만명에 관련 협력업체, 건설·운송 등 전방위 산업 고용 유발 효과도 160만명으로 예상한다.
삼성의 이번 투자로 용인은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반도체 메카’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경기도 용인 처인구 원삼면엔 SK하이닉스가 415만㎡ 규모 부지에 121조8000억원을 쏟아 첨단 메모리 반도체 클러스를 짓고 있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는 물론 팹리스와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정씨는 “현금이 많은 삼성전자인 만큼 공사도 빠른 속도로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도 아닌 국가에서 밀어붙이는 사업이라 더욱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남사읍 일대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땅을 보러 청주에서 용인을 찾은 50대 이모씨는 “뉴스를 본 이후에 괜찮은 땅이 있는지 살펴보러 왔다”고 말했다. 이번달 21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효력이 발생하기 전 ‘막차’를 타기 위해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특정 규모 이상 토지나 주택을 거래할 때 지방자치단체장 허가를 받아야한다. 이 씨는 남사읍에 매물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땅을 살펴보러 나갔다.
인근 부동산사무소 관계자는 “매물을 내놓은 주인이 아직 뉴스를 못 본 건가 싶기도 하다”며 “소식을 들으면 매물을 거둬들일지도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온 한 손님도 “반도체 단지가 들어선다는 뉴스를 보고 왔다”며 “좋은 매물 없냐”고 부동산에 물었다.
B부동산도 온종일 잇따른 손님 문의로 분주했다. B부동산 관계자는 “여기저기서 ‘산단 후보지가 어디냐’고 묻는 전화가 끊이질 않는다”며 “시세가 오를 거란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아파트 매물까지 거둬들이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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