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제동나선 ISS… 주주제안 줄줄이 반대

신하연 2023. 3. 1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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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글래스루이스 보고서 발표
"행동주의펀드 주장, 근거 불충분"
KT&G·남양유업 등 일부 찬성
픽사베이 제공.

주주총회(주총)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세계적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가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에 줄줄이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전 세계 투자사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자문 의견인 만큼 올해 왕성한 주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SS는 최근 행동주의펀드가 주주제안을 한 회사 중 KT&G, KISCO홀딩스, BYC, 남양유업, JB금융지주 등에 대해 보고서를 내고 이중 KT&G와 남양유업 일부 찬성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의 주주제안에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

ISS와 함께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글래스루이스 역시 KISCO홀딩스, KT&G, JB금융지주 등에 대해 보고서를 내고 이가운데 KISCO홀딩스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의 주주제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현재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이 주총 안건으로 반영된 회사는 △KISCO홀딩스(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JB금융지주(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KT&G(플래쉬라이트캐피탈 파트너스·안다자산운용) △태광산업(트러스톤자산운용) △BYC(트러스톤자산운용) △남양유업(차파트너스) 등이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소액주주연대는 KISCO홀딩스에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감사 선임 등을,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에 보통주 현금배당 900원과 사외이사 선임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은 KT&G에 보통주 현금배당 각각 1만원·7867원과 각기 다른 사외이사 선임 등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한 상태다.

이 외에도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소각·사외이사 선임을, BYC에 내부거래 공정성 의혹 해소와 사외이사 선임, 주주환원 확대 등을 요구했다. 차파트너스는 남양유업에 현금배당 보통주 2만원, 자사주 매입, 감사 선임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ISS는 KISCO홀딩스, BYC, JB금융지주 주주제안에 대해 행동주의펀드의 주장이 충분한 이유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반대를 권고했다. 또 글래스루이스는 KT&G, JB금융지주 주주제안에 대해서는 회사 측이 적절한 주주환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주주제안 측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보고 반대 권고 의견을 냈다.

반면 의결권 자문사가 찬성 의견을 표한 주주제안의 통과 여부도 관심사다. ISS는 KT&G와 남양유업 일부 주주제안에 대해, 글래스루이스는 밸류파트너스운용과 소액주주연대의 주주제안을 찬성하고 나섰다.

ISS는 KT&G에 대한 주주제안에 대해 "이사 3명을 추가 선출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안다자산운용의 편을 들어 KT&G 사외이사 증원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또 자사주 매입, 배당 제안 등에도 찬성했다. 다만 글래스루이스는 "제안주주 측 주장이 설득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2023년 KT&G 주주총회에서 제안주주 측 안건을 반대하고 KT&G 이사회를 지지하는 것이 주주이익을 대변하는 길"이라며 KT&G 이사회의 손을 들어준 상태라 오는 28일 주총에서의 맞대결이 전망된다.

남양유업 주주제안과 관련해서는 배당 제안, 공개매수 방식의 자사주 매입, 정관 변경에 대해 모두 설득력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지만, 심혜섭 변호사를 감사로 선임하는 안에 대해서는 "이사회 내부통제에 대한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며 찬성을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밸류파트너스운용과 소액주주연대가 KISCO홀딩스에 한 주주제안에 대해 "회사가 운전 자본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 제안자가 요청한 자사주 매입 금액이 합리적"이라면서 "이사회가 회사의 자본 배분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감사위원을 이사회에 선임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고 찬성했다.

한편 양대 의결권 자문사가 주주제안에 대체로 반대 의견을 내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 성공 여부는 소액주주들의 참여율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통상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많아 외국인 지분이 높은 기업일수록 이들 평가사의 의견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을 받은 기업 중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은 JB지주(32.76%)의 경우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이 관철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ISS와 글래스루이스의 평가가 엇갈린 KT&G(44.2%)는 표 대결 후에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남양유업(8.35%)과 KISCO홀딩스(6.96%) 태광산업(4.88%) BYC(1.55%)는 외국인 보유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연기금 등 국내 기관 투자자는 보통 기업과의 관계 때문에 주주제안에 대해 찬성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한계가 지적돼왔지만, 최근 책임 투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면서 국제적 기준에 맞춰가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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