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 후폭풍’ 정국…비판여론에 “지엽적 문제 말고 큰 흐름 봐달라”는 대통령실

유정인 기자 2023. 3. 1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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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지난 1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귀국과 함께 방일 청구서를 받아들었다. 한·일 정상회담으로 정부간 강제동원(징용) 해법 논의의 문을 닫은 대신 방일 후폭풍 정국의 문을 열었다. 대통령실은 19일 “커다란 성공”이라고 자평했지만 강제징용 피해 당사자들과 시민단체, 야당을 중심으로 ‘외교 참사’ 비판이 확산 중이다. 피해 당사자와 여론을 설득하지 못한 소통 부재, 일본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한 외교력 부재 등 윤석열 정부가 노출한 한계가 정국 혼란의 원인이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론 추이에 따라 윤 대통령 국정운영 동력을 위협할 수 있는 이슈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지난 17일 1박2일의 방일 외교를 마치고 귀국한 직후부터 한·일 정상회담 결과가 정국 블랙홀급 이슈가 됐다. 피해 당사자들의 반발, 야당의 파상공세, 시민들의 부정적 여론 등이 동시다발 리스크로 부상했다. 지난 18일에는 서울광장에서 61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의 윤석열 정부 대일외교 규탄 집회가 열렸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은 집회 참석과 함께 “외교참사” “굴욕외교” 비판을 강화했다. 윤 대통령이 일본의 사죄·배상 없는 ‘한국의 자체 해결’을 골자로 한 강제징용 배상안을 발표할 때부터 예견된 국내 정치적 리스크가 현실화했다.

대통령실은 방일 외교 성과 띄우기에 집중하며 여론전을 본격화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외교가 상대의 마음을 열고 양자 또는 다자 관계에서 판을 바꾸는 것이라면 이번 방일 외교는 커다란 성공”이라며 “한국 정부가 상대적으로 한·일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가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대승적 결단”으로 관계 개선 물꼬를 트면서 일본의 ‘호응’을 기다리는 유리한 위치에 섰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앞서 별도 보도자료를 내 “역대 최악으로 치달아 온 양국관계 개선의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전날 잇따라 언론에 출연해 방일 외교 성과를 부각하는데 집중하기도 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매우 높이 평가”(아소 다로 전 총리), “경의를 표한다”(사토 야스히로 미즈호파이낸셜 특별고문) 등 방일 일정 중 만난 일본 인사들의 발언을 전하는데 집중했다. 그는 일본 호텔 직원과 주민, 공항 직원 등에게 박수를 받았다면서 “이정도면 일본인의 마음을 여는데 어느정도 성공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고도 했다.

국내 부정적 여론을 두고는 ‘지엽적 문제’를 본다고 화살을 돌렸다. 그는 “특히 야당에서 많은 비판을 한다”면서 “역사의 큰 흐름이나 국제질서 변화의 큰 판을 읽지 못하고 지엽적인 문제를 제기하거나 지나치게 과도한 용어를 동원해 정치적 쟁점을 만들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많은 국민들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비판 여론에 정면돌파 의지를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 쟁점화를 경계하면서도 비판 여론의 중심을 야당에 두면서 정치적으로 바라본 발언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소통 부재, 외교력 한계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법원 판결을 사실상 무효화하는 조치를 두고 원고인 피해 당사자들에게 동의를 얻는 과정은 거치지 않은 점이 부정 여론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도 미진했다. 국익을 위한 결단을 내세우면서도 국내에서 지지 받기 어려운 환경을 스스로 만든 셈이다. 공론화 과정 없이 정부안 발표 후 10일만에 한·일 정상회담으로 정부간 논의를 종결한 것 역시 ‘일방통행식’ 국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일본에 별다른 요구 없이 ‘선제적 조치’로 강제징용 문제를 푼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질 예정이다. 김태효 1차장은 전날 YTN 인터뷰에서 정부안 발표 전 비공개 협의에서 이를 전달받은 일본 측이 “학수고대하던 해법”이라며 놀랐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이걸 해 다오 하는 접근은 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별도의 조건을 붙이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일본이 명시적 사과를 하지 않은 데는 “그간 20차례 이상 일본 정부가 사과 해왔다”며 “이것(사과)이 한·일 관계를 좌우하는 시험대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없다”(연합뉴스TV 인터뷰)고 의미를 축소했다.

일본의 진전된 과거사 인식과 사죄 등의 ‘호응’이 늦어질 수록 윤석열 정부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제 일본이 호응할 차례’라는 입장이지만 핵심 현안이던 강제징용 이슈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상황에서 압박 동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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