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경기한파에 허리띠 죄는 네카오… AI 추격 기회 멀어진다

윤선영 2023. 3. 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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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기업, 인력 감축 잇따라
美기업들 감축 별개로 AI 투자
韓은 기술 상용화도 못해 대조
"정부, 후발주자 적극 지원해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경기침체기를 이겨내기 위해 잇따라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다만 혹독한 칼바람에도 빅테크 기업들의 초거대 AI(인공지능) 경쟁과 관련 투자는 치열하다. 챗GPT 등 생성형 AI 경쟁에서 밀리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술기업들이 사업 효율화와 AI 경쟁력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잘 나가던 글로벌 빅테크, 감원 '쓰나미'=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최근 2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블로그에 글을 올려 향후 몇 달에 걸쳐 직원 1만명을 해고하고 약 5000명에 달하는 결원 역시 충원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타의 이번 구조조정은 지난해 11월 전체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1만1000명 해고를 발표한 지 4개월 만이다. 저커버그 CEO는 "힘들지만 방법이 없다. 올해는 '효율의 해'가 될 것"이라며 "경제 불안정이 수년간 계속될 가능성을 감안해 이전에 발표한 인원 감축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MS(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도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다. 알파벳은 올해 초 전 직원의 약 6%인 1만2000명을 감원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는 회사 창립 이래 최대 규모로 본사뿐 아니라 전 세계 자회사에 적용된다. 구글의 한국 지사인 구글코리아 역시 최근 일부 감원 대상자들에 관련 사항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코리아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700여 명으로 6% 수준 감원을 적용하면 구조조정 대상은 40여 명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AI와 손잡고 AI 개발 경쟁에 불을 댕긴 MS도 상황은 비슷하다. MS는 올해 초 전체 직원 20만명의 5%에 해당하는 1만명을 해고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여파로 한국MS도 지난달부터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1월 1만8000명을 내보냈으며 트위터, 넷플릭스 등도 감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네카오도 '혹독한 겨울' 예외 아니다=국내 빅테크로 불리는 네이버와 카카오도 겨울을 보내고 있다. 네이버는 북미 웹소설 자회사 왓패드와 북미 최대 패션 C2C(개인 간 거래) 커뮤니티 포시마크의 인력 감축을 진행했다. 왓패드는 전체 임직원 267명 중 15%에 해당하는 42명을 정리해고했다. KB 남 왓패드 임시 대표는 "변화하는 경제 환경의 영향을 제한하고자 최선을 다했지만 어렵게 인력 감축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이는 개인의 기여도를 반영한 게 아니라 달라진 사업 현실과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올해 초 인수한 포시마크는 지난달 말 직원 일부를 해고했다. 포시마크의 전체 직원 수는 800여 명으로 2% 미만 직원들을 감원했다. 회사의 우선순위, 경제환경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북미 웹툰·웹소설 자회사 타파스엔터테인먼트 한국 법인을 정리하기로 했다. 다음 달부터 국내 법인 타파스코리아의 청산 절차를 밟는다. 희망 퇴직자에게는 최대 4개월분의 급여를 위로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파스코리아는 약 30명의 직원을 두고 그간 타파스엔터의 마케팅·플랫폼 운영을 담당해 왔다. 이를 카카오엔터로 이관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경영 효율화,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이뤄지는 조치"라며 "일부 직원은 카카오엔터 개발자 TO가 있어 공식적인 입사 절차를 걸쳐 이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본사 역시 불확실한 대외환경 속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네이버는 북미 자회사 인력 감축에 대해 본사 방침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고 밝히면서도 임직원 성과급을 전년 대비 20% 축소하는 등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실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수령한 보수는 11억원으로, 한성숙 네이버 전 대표가 2021년 수령한 27억7900만원의 40%에도 못 미쳤다. 주가 하락을 방어하지 못하면서 제한 조건부 주식(RSU)을 받지 못한 영향이다. 카카오는 최근 경력 개발자 수시 채용을 돌연 중단했다. 일부 지원자는 서류전형과 코딩 테스트를 통과한 뒤 면접 전형을 준비하고 있다가 중단 통보를 받았다. 글로벌 경기 상황에 대응해 보수적인 채용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회사 측은 부연했다.

◇칼바람에도 포기할 수 없는 AI…"정부 지원 필요"=이런 상황에서도 AI 관련 기술·인력 경쟁은 여전히 뜨겁다. 구글, 메타, MS는 대규모 인력 감축을 발표한 것과 별개로 AI 분야에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오픈AI의 AI 챗봇 서비스 '챗GPT' 등장 이후 글로벌 빅테크 기업 사이에 AI 승자가 모든 것을 먹는다는 위기감이 퍼졌기 때문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후발주자들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한층 더 진화한 생성형 AI를 선보이며 치고 나가는 가운데 네이버, 카카오는 올해 '서치GPT'와 '코GPT'라는 한국어 특화 생성AI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기침체와 실적 악화, 치솟은 인건비의 짐이 무거워지면서 국내 기술기업의 AI 격차가 더 커질 위기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술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지난 8일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제3차 AI 전략대화'에서 "세계는 소리 없는 'AI 전쟁' 중으로, 엄청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며 "HPC(고성능컴퓨팅) 등 AI 산업 관련 지원책이 시기적절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보다 확대하고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버티컬(업종별 특화) AI 서비스가 다양하게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속도를 늦추거나 효율적으로 투자하지 못하면 지금의 기회에서 격차를 못 좁히고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챗GPT같이 응용 가능한 상태의 완성도를 가지고 공개하지 못한 게 후회되지만 앞으로는 이런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달 중 초거대 AI 산업 정책방향을 발표할 계획이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해 조직 효율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엔데믹을 마주하면서 IT 기업들의 전체적인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며 "미국은 고용의 유연성이 우리나라보다 크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국내에서도 인원 정리, 신규채용 동결 등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은 해고가 힘들다 보니 채용부터 동결할 것으로 보이는데 전체적으로 조직 효율성을 올려야 한다. 창업자와 임원들이 앞서서 급여를 조정하는 것은 물론 그간 무분별하게 추진했던 보여주기식 지출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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