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판도라’ ‘비밀의 여자’ ‘모범택시’, 복수극에 물드는 TV[스경연예연구소]
안방극장이 ‘복수’로 물들고 있다. 봄을 맞은 세상은 지천에 꽃이 가득한데 TV 안에서는 핍박받거나 시련을 겪은 이들이 복수의 붉은 꽃을 피워내고 있다. 공교롭게 편성에서도 일정이 비슷해 함께 뭉치게 된 이 복수극들은 2023년, 안방의 최전선에서 유행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정점에는 최근 파트 2를 공개한 ‘더 글로리’가 있다. 학교폭력을 당해 영혼까지 파괴당한 피해자가 18년 동안 힘을 모아 가해자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의 작품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후 상승세를 이어 지난 17일 OTT 전문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서도 전 세계 TV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작품의 핵심은 초반 나락으로 떨어진 문동은(송혜교)이 치밀한 계획을 통해 복수의 서사를 완성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은 3년이 넘는 대학교에서의 친분이 되기도 하고, 이사장을 협박해 가해자 박연진(임지연)의 딸 학교 담임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작품은 학교폭력의 사회적 경각심과 함께 사적복수의 영역이 어디까지 통용될 수 있을지 논의의 여지를 남겼다.
‘더 글로리’가 인기를 끌자 당장 이 후광을 보겠다는 작품도 나섰다. KBS2 일일극으로 지난 14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비밀의 여자’는 연출자가 나서 “‘더 글로리’에 도전장을 던지겠다”고 나섰다.
‘비밀의 여자’는 남편의 외도를 목격한 여자가 계략에 의해 ‘락트-인 증후군’에 빠졌다 돌아와 복수에 나서는 내용이다. ‘락트-인’ 증후군은 ‘의식이 있는 전신마비’를 뜻하는 용어로 제작진은 전작 ‘비밀의 남자’에서 7세 지능으로 돌아갔던 주인공의 질환을 조금 더 구체화시켜 복수의 동력으로 삼았다.
복수극의 ‘장인’으로 불리는 이도 돌아왔다. 지난 11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tvN 주말극 ‘판도라:조작된 낙원’은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 ‘왔다! 장보리’ ‘펜트하우스’ 등으로 핏빛치정과 복수로 드라마사에 한 획을 그었던 김순옥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작품이다.
기억상실 이후 15년 동안 자신이 누군지 모르고 살던 주인공 홍태라(이지아)가 알고보니 자신이 킬러였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을 살인병기로 길러낸 이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 줄거리다. 하지만 여기에는 홍태라의 과거 자아인 오영에게 아버지를 잃은 고해수(장희진)가 홍태라에게 복수하려는 서사가 얽힌다.
공권력이 해주지 못하는 영역의 복수를 사적복수 그것도 정돈된 시스템으로 행해 인기를 얻은 작품도 있다. SBS 금토극 ‘모범택시 2’는 지난 2021년 5월 막을 내린 ‘모범택시’의 두 번째 시즌이다. 제목부터 ‘복수대행써-비스’를 내세운 작품은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내용이다.
첫 시즌에서 젓갈공장 노예사건, 학교폭력, 불법 동영상 유포, 보이스피싱, 불법 장기매매 등 사회적인 문제를 다뤘던 드라마는 이번 시즌에서는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노인 대포폰 사기, 사이비 종교, 의료사고 등을 다루며 당대에 공분을 일으켰던 사건을 극화해했다.
복수극의 성행은 위기와 결말 사이 반전을 통해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는 점과 함께 극의 분명한 목적성으로 몰입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한 드라마 관계자는 “사적복수를 다루는 작품이 그만큼 많다는 것은 공적인 영역에서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잘 해소되지 않는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짚기도 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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