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클럽 바꾼 사막여우 "팬 바람대로 5승 할래요"

양준호 기자 사진=유영호 작가 2023. 3. 1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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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정(23·두산건설)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최고로 인기 있는 선수다.

'1인 1회' 온라인 투표 결과 가장 많은 골프 팬이 임희정을 찍었다.

몇몇 팬들이 골프장 진입로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이를 본 임희정은 일부러 차를 멈추고 내려서 인사하고 들어갔다.

과거엔 스윙 메커니즘 등 기술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중계와 선수들의 스윙을 즐겨봤던 임희정은 요즘 들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경기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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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2년 연속 인기상' 임희정 올시즌 출사표
3승 몰아친 신인때로 장비 세팅
美 진출보단 국내 투어가 우선
핫한 시즌 증명 '상금왕' 정조준
팬카페 회원 수 4000명 육박
헤드커버 제작 수익금 기부도
[서울경제]

임희정(23·두산건설)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최고로 인기 있는 선수다. 2년 연속 인기상을 받았다. ‘1인 1회’ 온라인 투표 결과 가장 많은 골프 팬이 임희정을 찍었다. 팬카페 ‘예쁜 사막여우’의 회원 수는 4000명을 바라본다. 그의 별명인 사막여우는 웃는 모습이 닮았다고 해서 아마추어 국가대표 시절 동료인 박현경이 붙여준 것이라고 한다.

임희정의 인기에는 이유가 있다. 호감을 줄 만한 이미지와 좋은 성적도 뒷받침되지만 무엇보다 팬들한테 잘 한다. 코로나19로 대회장에 관중 접근이 제한되던 때의 얘기다. 몇몇 팬들이 골프장 진입로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이를 본 그는 일부러 차를 멈추고 내려서 인사하고 들어갔다. 지난해 한 대회에서는 차량이 반파되는 교통사고로 개막 직전 기권했음에도 굳이 대회장을 찾아 팬들을 만났다.

이렇게까지 진심을 다하는 이유가 뭘까. 최근 인터뷰한 임희정은 “선수로서,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경기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는 팬이 있어야 가치가 생기는 거잖아요. 사람인지라 힘들 때가 있기는 해도 놓치지 않고 감사함을 표현하려고 해요.”

새 시즌에 팬들은 사막여우를 더 자주 만날 수 있다. 임희정은 “사막여우 캐릭터가 들어간 헤드 커버를 제작 중이다. 출시되면 감사했던 분들에게 선물 드릴 거고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누구나 구매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판매 수익금은 기부 등 좋은 일에 쓸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캐릭터를 활용하는 일도 추진 중이다. 임희정은 “선수로서 하나의 캐릭터와 브랜드가 생긴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지난 네 시즌 동안 5승이나 올린 임희정은 클럽과 볼 브랜드를 다 바꾸고 새 출발한다. “어차피 골프를 길게 보기 때문에 장비에 대한 시행착오를 투어 생활 초반에 해 놓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는 그는 “올 시즌은 루키 때 좋은 플레이를 했던 그때 그 세팅으로 클럽과 볼을 쓰기로 했다. 그때의 감각을 느끼면서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임희정은 신인 때 후반기에만 3승을 몰아치는 폭풍 같은 시즌을 보냈다.

다음 달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새 시즌의 목표는 ‘3승 또는 그 이상’이다. “루키 때 3승 했으니 3승이 목표지만 주변 분들은 ‘5승은 해야지’라고 얘기들 하세요. 그 바람에 최대한 근접할 수 있게 해보겠습니다.”

태국 겨울 훈련을 통해 “컨디션이 달라지더라도 일정한 경기력을 보일 수 있는 저만의 루틴을 갖게 됐다”는 임희정은 올해 세워 놓은 계획들 중에 ‘경기 중 샷을 하지 않을 때는 편안한 표정을 짓는 것’ ‘대회장 근처 맛집을 발견해서 가보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스윙 메커니즘 등 기술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중계와 선수들의 스윙을 즐겨봤던 임희정은 요즘 들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경기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한다. “주요 선수들의 플레이를 제 플레이 스타일과 비교하면서 보면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나도 할 수 있겠다’ ‘나는 이런 부분이 부족하구나’하는 생각도 한다. 태국의 아타야 티띠꾼과 한국 간판 선수 중 한 명인 김효주의 경기를 특히 유심히 본다.

미국 진출에 대해서는 “만약 가게 되면 거기서 은퇴까지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진출 시기에 굉장히 신중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아직 한국에서 정상을 찍지는 못했기에 국내 투어에 집중하는 게 먼저”라는 임희정은 “성적에 비해서 그동안 상복이 좀 없었더라. 가장 ‘핫한’ 한 해를 보냈다는 증명이 상금왕 아닌가. 상금왕 타이틀이 욕심난다”고 말했다.

양준호 기자 사진=유영호 작가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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