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에 지친 대한민국 …"종교 없어요"
직접 삶의 의미 찾아나서기도
지난해 무교 비율 절반 넘어서
"일부 사례로 전체 싸잡아 비난"
과한 손가락질엔 억울함 호소
# 기독교 모태신앙을 갖고 태어난 이 모씨(23)는 3년 전부터 교회에 나가는 것을 그만뒀다. 애초에 신앙심이 깊지 않았을뿐더러 당시 '신천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등으로 인해 종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교회에 나가는 빈도를 자연스레 줄여나갔고 이제는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
19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종교를 갖지 않는 무교 인구가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 년 새 일부 종교단체들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면서 종교에 대한 인식이 악화됨에 따라 "차라리 무교를 택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탈종교'를 선언한 A씨(27)는 "종교 교리 자체에 대한 불신이 심해진 것은 아니지만 종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다"며 "어디 가서 '나 종교생활 한다'고 말하길 꺼리면서부터 탈종교를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다.
A씨의 발언과 같이 최근 JMS의 비위 혐의 등에 대한 고발 영상물을 보면서 종교를 한데 묶어 비판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일 넷플릭스는 '나는 신이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정명석 JMS 총재의 성범죄 혐의를 다뤘고, 이후 이 단체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커졌다. 15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사이비가 기존 종교와 다른 점이 뭔지 모르겠다. 자기들끼리 밥그릇 싸움을 하는데 다 똑같은 사이비 같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각종 통계 역시 무교인들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지난해 한국리서치가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 종교인식조사'에 따르면 '종교 없음'이라고 응답한 이들이 51%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관이 4년 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무교 비율이 48%인 것과 비교했을 때 3%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한국 갤럽이 2021년 전국의 만 19세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현재 믿는 종교가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40%로, 2014년 50%와 비교했을 때 약 10%포인트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설문조사에서 비종교인의 61%가 "호감 가는 종교가 없다"고 답한 것도 비종교인들의 '종교 기피 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기성 종교가 서로 우월하다고 경쟁을 하는 것도 종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더 약화시킬 뿐"이라며 종교 기피 현상에 대한 이유를 종교 내부의 분란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최근 개인이 삶의 주체라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무교 인구가 증가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의 '무종교의 종교 개념과 새로운 종교성(2017)' 논문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삶의 근본적 의미와 위안의 원천이던 종교적 가르침을 제도적 종교와 분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개인들의 경제적 지위와 지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종교가 아닌 개인이 직접 삶의 의미를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묵묵하게 종교 생활을 하는 종교인들은 최근 사회적인 비난이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40년 넘게 기독교를 믿어 온 이 모씨(59)는 "이단 집단은 기독교인 것처럼 잘 포장해 위선적인 생활을 하는 곳"이라며 "기독교와는 엄연하게 분리된다"고 강조했다.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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