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정치인의 '무덤' 뛰어든 마크롱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는 파리. 그 명성과는 달리 파리 거리 곳곳에는 7000t에 달하는 쓰레기 더미가 쌓이고 있다. 연금개혁을 반대하는 파업의 물결에 이젠 환경미화원들까지 합세했기 때문이다. 현지 한 라디오 방송은 "파리 전체가 쥐떼들을 위한 뷔페장이 된 셈"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정치 생명을 건 초강수를 뒀다. 연금개혁안 하원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의회 표결을 생략하고 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이다. '의회 패싱'을 단행한 마크롱에게 아군인 여권까지 전례 없는 비난에 나섰다.
이번 개혁안은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정년이 곧 연금 수령 시점이다. 정년을 늦춘다는 것은 결국 연금 수령 시점을 늦추고, 늦춰진 연수만큼 더 오래 일터에 남아 있어야 함을 뜻한다.
이를 선뜻 반길 국민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은퇴 후의 삶을 중시하는 프랑스 특유의 전통이 한몫했다. 특히 저학력·육체노동자들의 반발은 더 심하다. 이들은 이른 나이부터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정년을 앞당겨도 모자랄 판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개혁을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저출산에 더해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은퇴하면 연금 적자는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정부 걱정이다. 프랑스 재정경제부는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2030년 연금제도 적자는 135억유로(약 18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을 내놓았다.
흔히 연금개혁은 정치인들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미래의 재정 적자를 막기 위해 필연적으로 현재를 사는 국민들의 희생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임기를 4년이나 남겨둔 마크롱의 기회비용은 유달리 크다. 그는 자신의 남은 임기와 미래 연금 재정을 맞바꾼 힘겨운 결정을 내린 것일지도 모른다.
연금 재정 고갈은 프랑스만의 고민이 아니다. 마크롱은 악역을 자처한 첫 지도자가 됐다. 다른 국가의 지도자들은 어느 정도까지 악역을 떠맡으려 할까. 멀리 갈 것 없이 국민 연금개혁을 국정 3대 과제로 설정한 윤석열 정부의 행로가 궁금하다.
[한재범 글로벌경제부 jbha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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