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무용은 장애 아니죠 그 자체로 독특한 표현이죠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3. 3. 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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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무용가 김용우씨
휠체어는 훌륭한 '오브제'
다양한 움직임 표현 가능해
안무가·연출가로도 활동
장애인 무용가 복지에 관심

"휠체어무용은 발레, 한국무용 등 비장애인 무용수들의 무용과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휠체어가 오브제(일상의 용도에서 벗어나 예술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물체)로 쓰일 뿐이죠. 많은 장애인 무용수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휠체어무용을 활성화하고 싶습니다."

휠체어무용가로 활동 중인 김용우 씨(사진·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2008년 처음 휠체어무용을 시작한 김씨는 2018년 장애인 무용수와 비장애인 무용수로 구성된 무용단 '케이휠 댄스 프로젝트'를 창단해 '춤추는 樂-바람소리'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씨는 휠체어무용이 비장애인 무용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표현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퀴를 이용한 역동적 이동과 리프팅, 높낮이가 일정한 수평적 움직임 등이 플로어에 발을 딛고 춤을 추는 비장애인 무용수들의 표현과 구별된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휠체어무용은 휠체어의 특성을 활용한 움직임들로 작품을 다채롭게 구성할 수 있다"며 "이런 독특한 움직임이 비장애인 무용수의 움직임과 결합될 때 관객에게 색다른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무대에 서는 무용수로서 처음 휠체어무용을 시작한 김씨는 그가 이끄는 '케이휠 댄스 프로젝트'에서 움직임을 창안하는 안무가와 공연을 설계하는 연출가의 역할도 하고 있다. 비장애인 무용가이자 김씨의 '뮤즈'인 아내 이소민 씨도 늘 함께다. 대학 시절 경영학을 전공했던 김씨는 무용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성균관대 대학원 예술학협동과정에 진학했다.

휠체어무용을 시작하기 전 김씨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휠체어 댄스스포츠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4년 연속 아시아 대회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다. 국내에 휠체어 댄스스포츠 관련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던 시절 '맨땅에 헤딩'으로 이룬 성과였다. 김씨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도 마땅치 않아 잘할 수 있는 소수의 기술만 집중적으로 연습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전략적으로 통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젊은 시절 장애를 얻은 뒤 오랜 기간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스물다섯 살이던 1997년 자동차 사고를 당하고 무력감 속에서 3년을 보낸 것이다. 김씨의 재활을 도운 것은 가족의 응원과 자신의 능력에 대한 성찰이었다. 김씨는 "다시 걸을 수 없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부모님과 동생의 한결같은 지지로 어려운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도 무용가로서 계속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휠체어무용과 비장애인 무용의 구분을 떠나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씨는 "장애인들이 참여하는 다른 장르와 마찬가지로 휠체어무용 역시 장애인의 역경 극복 스토리나 감동 코드에 치중하면 발전할 수 없다"며 "휠체어무용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예술적으로 훌륭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두 번째 목표는 많은 장애인 무용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저변을 만드는 것이다. 김씨는 2020년 한국장애인무용협회를 설립해 장애인 무용가들의 예술 활동 진흥, 복지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김씨는 "예술의 관점에서 휠체어무용을 비장애인 무용과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장애인 무용가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많은 장애인 무용가들이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게 돕고 싶다"고 밝혔다.

[김형주 기자 / 사진/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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