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운용 효율성 떨어진 1000조 육박 국민연금, 이대로 둘 순 없다
국민연금이 국내외 민간 자산운용사에 기금 운용을 위탁하고 지급하는 수수료가 2021년 2조3424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1조3749억보다 70% 증가했다. 국민연금은 전체 기금의 절반가량을 직접 운용하고 절반은 위탁운용하고 있는데, 기금이 불어나면서 위탁운용액도 증가한 결과다. 이처럼 고정비용은 상승하는데 기금 운용 수익률은 역대 최악이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수익률은 -8.22%로 1년 새 80조원이 날아갔다.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 위축으로 해외 연기금도 실적이 양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을 비교해도 국민연금은 4.7%로 캐나다(10%), 노르웨이(6.7%), 일본(5.7%)보다 뒤진다.
이같이 저조한 실적 뒤에는 여러 구조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리적 한계로 인한 인력난이다. 2017년 전주로 이전한 이후 운용역들의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기금운용본부 운용직은 319명으로 정원의 84%에 불과하다. 인재 영입이 힘드니 기금 운용이 잘될 리 만무하다.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비전문성도 문제다. 위원회 20명은 정부 대표 6명, 노조·사용자 대표, 지역가입자 대표 등으로 구성돼 전문성과 멀다. 정치 외풍도 만만찮다. 수익률이 최고인 캐나다 연금 이사회 12명 전원이 투자·금융 전문가인 것과 대조적이다.
기금 규모는 지난해 말 889조원으로 1000조원에 육박한다. 이대로 가다간 국민 노후자금이 위험하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금을 통째로 관리할 게 아니라 일정 규모로 쪼개 복수의 기금이 경쟁하도록 해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단일 기금으로는 보수적인 운용에 치우치기 쉽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국가연금펀드(AP)도 AP1~AP4, AP6 등으로 분할해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연금개혁으로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기금 덩치가 비대해져 분할운용 필요성은 더 커진다. 가입자가 투자성향에 따라 분할된 기금을 선택하고 운용 성과에 따라 연금을 받게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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