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 후 가장 취약한 고리···다시 고개 드는 ‘부동산 PF’ 부실 우려

이윤주 기자 2023. 3. 1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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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성동훈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금융시장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최근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는 등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가 확산할 가능성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SVB 사태가 국내 은행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가장 취약한 고리로 부동산 PF를 꼽고 있다.

19일 한국은행과 한국금융연구원 등의 자료를 보면 최근 여전사, 증권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부동산 PF가 가파르게 늘어 부실 위험이 높은 것으로 지목된다. 그렇지 않아도 고금리가 지속되고 부동산 시장 자체가 불황인데,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금융시장이 경색돼 유동성 위기가 닥칠 경우 고위험 사업장과 중소 건설사는 물론 사업성과 무관한 정상 사업장이나 우량 건설사에서도 차환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VB 사태로 문제가 나타난다면 중소형 건설사에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은행들은 대형화되어있고 정부의 규제를 받고 있는 반면, 부동산 위기와 관련한 위험은 어느 정도 노출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제2금융권 부동산 PF 금융 위험노출액은 200조원이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비은행권 부동산 PF 금융 위험노출액이 지난해 6월 말 기준 191조7000억원 규모로 2018년 말(94조5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고 집계했다.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에는 대출, 지급보증, 유동화증권 등이 모두 포함됐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SVB, 크레디트스위스 등 해외 은행 문제로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불확실성이 우리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면 약한 고리인 부동산 PF와 가계부채 등 부동산을 둘러싼 부채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미분양 우려가 높은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PF대출 규모는 17조2000억원, 담보의 환금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아파트 외 사업장에 대출 규모는 55조7000어구언으로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었다. 특히 저축은행, 증권사 등 비은행금융기관 비중이 높아 부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은행이 2011~2013년 PF대출 부실 사태 이후 PF대출 취급에 소극적이었던 반면, 비은행권은 사업 다각화 및 수익성 제고 노력 등을 PF대출을 대폭 늘렸다”고 분석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 1월 7만5359호로 10년 2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악화했다. 이같은 시장상황을 반영해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6일 저축은행, 증권, 부동산신탁 등 업종 전망을 비우호적으로 제시했다. 저축은행은 브릿지론, 부동산 PF의 자기자본 대비 비중이 각각 100%를 초과하거나 합산 기준이 200%를 넘는 곳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한신평은 증권사에 대해서도 “부동산금융 건전성이 악화하면 자본 적정성과 유동성 위험이 모두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일부 건설사의 재무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건설에 대해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171.4%로 그룹 계열의 유동성 지원에도 차환 위험이 낮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쌍용건설의 경우 부채비율이 530.1%로 수익창출력이 회복하지 않는 한 재무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태영건설 역시 부채비율이 499%까지 높아졌으며 한신공영 부채비율(연결 기준)은 224.2%로 재무 부담이 과중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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