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는 언제 영화와 사랑에 빠졌나
'더 파벨만스' 22일 개봉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미들네임이 파벨만(Fabelman)이었나 하고 보면 그렇지는 않다. 꾸며진 이야기, 우화를 뜻하는 단어(fable)를 비틀어 여기에 남자(man)를 붙인 그만의 언어유희다. 이야기의 남자, 올해로 76세인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와 처음 사랑에 빠진 건 언제였고, 또 왜였을까.
영화계 올라운더 스필버그 감독이 자신의 유년 시절을 직접 스크린에 펼친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벨로시랩터와 E.T, 톰 크루즈 없이도 절대 따분하지 않은 영화 '파벨만스'가 22일 개봉한다.
주인공 새미는 8㎜ 카메라 촬영에 흠뻑 빠졌다. 영화관에서 본, 기차와 자동차가 부딪치는 스펙터클에 매료돼서다. 선물로 카메라를 원했던 그는 자신이 본 영화를 모방하고 재현하더니, 이윽고 가족과 친구의 모든 일상을 담는 영화광이 된다. 편집기로 자신이 찍은 필름을 자르고 이어 붙이다 할머니의 오빠인 보리스 할아버지를 만나 예술의 세계를 염탐한다. "예술은 네 가슴을 찢어놓고 외롭게 할 것이다. 사막으로 추방당한 집시가 될 것이다."
놀라운 솜씨로 동네 지인을 감동시키는 아들의 영화세계를 '취미'로 이해하던 아버지와 달리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어머니는 새미의 세계관을 밀어준다. 컴퓨터 과학자 남편과 달리, 자동차 헤드라이트 빛 아래서 영혼의 춤을 추는 아내는 서로 닮지 않았다. 가족과 떠난 캠핑을 찍은 필름에서 새미는 봐서는 안 될 장면을 찍게 되고, 새미 가족은 파국과 희망의 갈림길에 선다.
스필버그 감독은 새미의 어린 부모를 연기하는 배우를 보며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그러나 눈물을 짜내는 신파는 영화에 없고 오히려 냉정한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러나 결국 따뜻하게 옛 추억을 복기한다.
애리조나에서 캘리포니아로 전학을 떠난 뒤 유대인으로 차별과 폭행을 당했던 아픔, 아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엄마가 준 카메라로 엄마의 불륜을 찍었을 때의 충격감과 그 영화를 보고 난 뒤의 엄마 표정 등 스필버그는 자신의 어두운 사생활을 미화 없이 보여준다. 일부러 밝게 보이지 않으려는 그 덤덤함이 오히려 현실에 근접함을 모르는 관객은 없을 것이다.
"영화는 꿈이다. 잊히지 않는 꿈" "자기만의 세상을 통제해 보려는 거야" "예술의 쓸모" 등의 대사는 마에스트로의 영화관을 함축한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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