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나는 신이다》는 왜 파문을 키웠나
사회 고발 프로그램까지…매체 환경 변화 속도 더욱 빨라져
(시사저널=하재근 문화 평론가)
넷플릭스 8부작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의 정명석 총재, 오대양 사건, 아가동산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 등에 대해 다뤘는데 그중에서 특히 JMS 정명석 관련 이야기에 공분이 폭발했다.
정명석은 1999년 여신도에 대한 성추문 이후 출국했는데, 해외에서도 성추문으로 고발돼 중국 경찰에 검거됐다. 2008년 한국으로 인도돼 강간 등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2018년 만기 출소했다. 하지만 2022년 또다시 신도 성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고 알려졌다.
기존 방송과 OTT가 만나니…
프로그램 공개 이후 후폭풍이 확산됐다. 유사한 폭로나 경험담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정가은의 과거 발언도 뒤늦게 화제가 됐다. 대학 시절 저렴한 가격의 예술단을 찾아갔는데, 어느 날 사람들이 '때가 됐다'며 그녀를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고 한다. 산의 한 면이 전부 잔디로 깔린 별천지 같은 곳이었는데, 선생님이라는 남자가 수영복 입은 여자들 사이에 앉아있었다고 했다. 그 후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성추문을 알게 돼 놀랐다는 것이다.
김성경은 "대학 시절 선배가 나를 전도하려고 한 적이 있다"며 "(선배가) 성경은 은유, 비유로 이뤄진 거라면서 지금도 기적은 일어나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성경 속에 적힌 그 기적을 행하는 분이 목사님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하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그 교회에 가진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이 JMS였다는 것이다.
정명석이 키 큰 여성을 좋아해 그런 여성을 상대로 전도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는 신이다》에서 나왔는데, 실제로 키 큰 여성 연예인들의 증언이 뒷받침되다 보니 사람들의 경악이 더 커졌다. 아이돌 그룹 DKZ 경윤의 부모가 JMS 관련 카페를 운영 중이라는 폭로가 나와, 경윤 측에서 '일반 교회인 줄 알았다'며 탈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의혹이 이어지자 결국 부모가 JMS를 알고 믿은 것이 맞고 자신은 JMS 모태신앙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잘못을 인지하고 탈교한다고 했다. 아이돌 스타가 연관되다 보니 해외에까지 한국 종교 문제가 알려지게 됐다.
드라마 《하늘이시여》 《태풍의 신부》에 출연한 배우 강지섭도 JMS 신도라는 논란에 휨싸였다. 그는 대학생이었던 1999~2000년 즈음에 전도돼 일반 교회라고 생각하면서 다녔다고 해명했다. 그러다 정명석 신격화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껴 4~5년 전부터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많은 대학생이 전도된다고 해서 대중이 더욱 놀랐다. 요즘도 각 대학에 이런 종교집단 관련 동아리들이 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유력 엘리트들도 JMS 조력자 또는 신자라고 한다. 한 검사는 JMS 반대운동을 하는 김도형 단국대 교수를 압박했고, 육사 출신 장교도 정명석을 도왔다고 한다. 국정원 직원, 수의사와 의사, PD 등도 있다고 알려졌다. 김도형 교수는 "사회 곳곳에 신도들이 있다. 법조계, 언론계, 군, 국정원, 대학교수….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전부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내용들이 알려지며 많은 이가 충격에 휩싸였고, 종교 관련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나는 신이다》를 만든 조성현 PD는 자신의 가족과 친구 중에도 사이비 종교 피해자가 있다며 "왜 한국이 교주들에게 안전한 나라가 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 자신이 메시아라고 하는 사람이 100명을 넘는다고 주장했다.
사실은 이번에 많은 이가 충격을 받은 것 자체가 충격적인 일이다. 왜냐하면 JMS 문제는 이미 TV에서 방영돼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새삼 큰 충격파가 인 것이다. 과거 방송을 본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는 이 문제를 잘 몰랐던 것 같다. 이슈를 지속적으로 환기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웠다. 사회문제는 망각의 그늘 속에서 자란다.
이 프로그램은 선정성, 자극성도 논란이 됐다. 그런데 바로 그런 표현이 파급력을 키웠다. 과거 방송은 점잖게 수위 조절이 됐지만 이번엔 여성의 몸이 그대로 나왔다. 지상파가 아닌 넷플릭스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표현방식이 논란이 되자 PD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사실 전달이라 해도 자극적인 표현은 주의해야 한다. 뉴스 시사 부문이라고 모든 표현이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과거 방송보다 이번에 훨씬 큰 사회적 파급력이 나타나면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이, 어느 정도의 노골적 표현은 필요악일 수도 있겠다는 점을 일깨웠다.
《나는 신이다》는 원래 MBC 기획이었다. 어떤 문제로 인해 MBC PD가 방송용이 아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로 제작하게 됐다. 바로 그 점도 파급력을 더 키운 요인이다. MBC에서 제작했다면 《PD수첩》 같은 주간 시사 프로그램으로 방영됐을 것이다. 그랬다면 투입할 수 있는 제작력에 한계가 있다. 《나는 신이다》는 넷플릭스 다큐이기 때문에 제작에 2년을 투입할 수 있었다.
선정성은 필요악인가
피해자의 증언이나 관련자의 폭로를 이끌어내려면 신뢰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촉박한 제작 일정으론 그런 신뢰를 쌓기 힘들다. 《나는 신이다》는 2년이란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충분한 신뢰관계 형성 속에서 구체적인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더 풍부한 제작비로 내용도 일반 시사 프로그램보다 극적으로 구성했다. 이런 점도 파급력을 키웠다.
앞에서 노골적인 표현이 이 프로그램의 폭발성을 더 키웠다고 했는데, 그런 표현도 역시 OTT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성 TV 프로그램이었다면 훨씬 점잖게 만들어졌을 것이고, 그랬다면 덜 알려졌을 수 있다. 최근 해외 OTT의 드라마 히트작 《더 글로리》, 예능 히트작 《피지컬: 100》에 이어 시사 히트작 《나는 신이다》도 기존 방송사가 할 수 없는 강한 표현으로 인기몰이를 한 것이다.
이제 해외 OTT가 국내 사회 고발 프로그램에서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 앞으로 유사한 기획이 더 많이 등장할 수 있다. 기존 방송사엔 수십 년간 쌓아온 취재파일이 있다. 그중엔 정규 방송이라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내용도 많을 것이다. 그런 내용이 OTT와 만나서 제2의 《나는 신이다》를 탄생시킬 수 있다. OTT가 여러 면에서 우리 매체 환경을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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