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요 기업 신규 사외이사에 ‘관료 출신’ 득세···내정 관료 3명 중 1명 ‘검찰’

박상영 기자 2023. 3. 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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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출신 대통령 탄생에 영향받은듯
경영권 감시보다 재벌 방패막이 우려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이준헌 기자

올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새로 선임한 사외이사 중 38.8%가 관료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에는 학계 출신 비중이 더 높았는데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관료 출신 사외이사 3명 중 1명은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검찰에 몸담았다. ‘권력형 사외이사’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영권 감시보다 재벌 방패막이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경향신문이 국내 30대 그룹 주요 상장사 180곳을 대상으로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한 사외이사 후보 116명(사외이사를 겸임한 경우 복수로 계산)의 이력을 분석한 결과, 관료 출신이 45명으로 38.8%의 비중을 차지했다. 사외이사 직군 순위에서 대체로 1위를 달렸던 학계 출신은 40명으로 34.5%를 기록해 2위였다.

관료 출신 비중이 커진 이유는 검찰 출신 사외이사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 가운데 검찰 출신은 14명으로 31.1%로 집계됐다.

대표적으로 삼성SDS는 지난 15일 문무일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에 선임했다. HL만도와 한화시스템은 윤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그가 검찰총장일 때 2인자인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차례로 지낸 강남일·구본선 변호사를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검찰 고위직을 지낸 이동열 전 서울서부지검장(대한전선·현대위아), 차경환 전 수원지검장(롯데케미칼, 현대건설기계), 권순범 전 대구고검장(고려아연), 이상호 전 대전지검장(이마트)도 주요 기업 사외이사에 내정됐다.

법원·공정거래위원회·기획재정부 출신도 각각 6명씩 신규 사외이사에 지명됐다. 국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 출신도 각각 5명과 4명이었다. 이들이 근무했던 기관은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법 혹은 규제 기관이다.

기존에는 학계의 사외이사 임명 직군 순위가 관료보다 높았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지난해 1분기 기준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에 속한 사외이사 795명의 이력을 조사한 결과 학계 출신(34.8%)이 관료 출신(28.7%)보다 많았다.

검찰 출신 영입 움직임은 윤 대통령이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한 지난해부터 가속화됐다. 일례로 김준규 전 검찰총장(삼성카드), 조상철 전 서울고검장(롯데쇼핑),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한화) 등이 주요 기업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보다 정권과 가까워지기 위해 검찰 출신을 의도적으로 선임할 경우 사외이사 제도 도입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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