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러에 쏠린 눈…‘반미연대’ 속 중재자 역할 통할까

이종섭 기자 2023. 3. 1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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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생에 앞서 베이징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풍선 갈등’ 등으로 미·중 관계가 더욱 악화하고, 한·미·일 결속이 대중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두고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은 이번 방문이 어디까지나 “평화적인 여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서방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20∼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다.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은 2019년 6월 이후 거의 4년만이며 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이후 처음이다. 동시에 국가주석 3연임 이후 첫 해외 방문이라는 점에서도 상징성을 갖는다.

이번 방러 목적의 최우선 목적은 ‘반미’를 고리로 러시아와의 연대·협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세계가 새로운 변혁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중요 대국으로서 중·러 관계가 갖는 의미와 영향은 양자 범위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베이징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양국 사이 ‘한계 없는 우정’을 선언했지만,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러시아와 다소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시 주석 입장에서는 ‘풍선 갈등’ 등으로 더욱 악화한 미·중 관계와 한·미·일 동맹이 결속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손을 잡아 줌으로써 다시금 반미 전선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

러시아 측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포괄적 협력 관계 심화에 대한 공동 성명 등 2개 중요 문서를 비롯해 10여개 문서에 합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평가를 교환할 것”이라며 군사·기술 협력 의제도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무기 지원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정치적 해결 방안을 제안한 상태에서 직접적인 무기 지원에 합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대신 중국은 러시아와의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고 직접적인 살상 무기가 아닌 민·군 겸용 물자를 지원하는 등의 우회적인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무기 지원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은 시 주석의 방러 목적 중 하나가 국제사회에서 분쟁 해결사 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시 주석 방러 목적에 대해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평화를 권하고 대화를 촉진하는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이 방러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앞서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정상화를 이끌며 국제사회에서 중재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이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미국은 중국의 중재 외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에 이익이 될 뿐인 (중·러) 회담에서 중국이 할 것으로 보이는 휴전 요구를 확실히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이번 방러 일정을 통해 반미를 고리로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평화 중재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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