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3년만에 기업가치 100억달러 데카콘 탄생 삼성·TSMC 안부러운 'SaaS기업'이 뜬다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3. 3. 1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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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반도체산업으로 부상

2월 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에서 놀랄 만한 일이 발생했다. 이스라엘 보안 SaaS업체 '위즈아이오'가 설립된 지 2년11개월 만에 기업가치 100억달러(약 13조원)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버(5.2년), 페이스북(5.7년), 트위터(7.6년) 등 예전 혁신 정보기술(IT) 기업의 성장 속도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위즈아이오는 네트워크와 웹(인터넷)상 취약점을 실시간으로 진단해 기업 내부담당자가 해킹 위협을 바로 탐지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SW)를 개발했다. 클라우드 보안 걱정에 시달려온 글로벌 기업들은 이 솔루션에 환호했다. 클라우드는 초기 서버 투자비용을 줄이고 사용량에 따라 돈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언제 어디서든'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커들이 공략할 보안 취약점이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바로 이런 기업고객의 '통점'을 파악한 위즈아이오 솔루션이 빛의 속도로 기업가치를 키운 것이다. 이처럼 똑똑한 SaaS 솔루션 하나면 한국에서도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을 넘어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기업이 출현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고 있다. 클라우드 확산과 맞물려 SaaS 시장은 디지털 전환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하고 있다.

◆ 클라우드 활용한 구독형 서비스

SaaS란 패키지 형태로 제공되던 컴퓨터 SW를 클라우드를 활용해 구독형으로 전환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일반 소비자가 워드·엑셀 등이 포함된 마이크로소프트(MS)나 한글과컴퓨터 오피스 프로그램을 월 구독 형태로 사용하는 것처럼 기업들도 똑똑한 SaaS 솔루션을 클라우드 기반 구독 형태로 구매해 쓰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SaaS 시장은 2022년 2511억달러(약 330조원)에서 2029년 8833억달러(약 1200조원)로 성장한다. 연평균 성장률은 19.7%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약 700조원으로 파악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에서 월 구독료를 받고 경영 활동을 도와주는 SaaS 기업 출현은 2000년대 초반에 본격화했다. 미국 기업 세일즈포스가 영업과 마케팅 SaaS를 개척하며 세계적 IT 기업 반열에 올랐고, 세일즈포스의 성장 신화를 목도한 다양한 특화 SaaS 기업들이 생겨났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대기업이 쓰는 인적자원관리(HR) SaaS를 제공하는 워크데이가 대표적인 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비대면 회의가 급증하고 공급망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산업별로 기업 애로사항을 풀어주는 혁신 SaaS 기업의 약진이 더욱 도드라졌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전 세계인이 쓰고 있는 영상회의 도구인 줌(ZOOM)이다.

◆ SaaS, 챗GPT와 만나 폭발력 더 커져

이에 더해 최근 나온 챗GPT도 SaaS 시장을 키우는 원동력이다.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인 챗GPT가 각 분야 비즈니스에 침투해 새로운 산업을 여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기존 SaaS가 마케팅·HR·보안 등 기업 활동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기업이 새로운 산업을 일구도록 도움을 주는 데까지 나아간다는 이야기다.

실제 미국에서는 챗GPT를 활용해 △텍스트(마케팅·세일즈·이메일 작성) △비디오(영상 제작·편집) △이미지(광고·디자인·미디어) △코드(코드 생성·일상언어 통한 데이터 분석) △3D(3D 모델링·스캐닝) △스피치(음성 합성) 등 전문분야에서 다양한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은 챗GPT와 같은 대기업의 범용 AI 모델을 가져와 자신만의 특성화된 데이터를 넣어 특화 서비스를 출시한다.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인 스냅챗은 오픈AI의 '기업용 챗GPT'를 사왔고, 이를 통해 사람처럼 대화하는 '마이AI서비스'를 유료 구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신종 서비스를 AI와 SaaS 합성어인 'AlaaS'로 부른다. 보조에 그쳤던 SaaS가 생성형 AI와 맞물려 다양한 신산업으로 확장하는 파이프라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핵심 AI 스타트업 중 한 곳인 업스테이지의 박은정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챗GPT가 적용되면서 자동 콘텐츠 생성이 폭발하게 될 것"이라며 "내 수준에 맞는 문제집, 내 수준에 맞는 교과서가 나오는 등 교육 양상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해킹 위협에 보안 SaaS 기업 매출 급증

협업·마케팅·HR 등에서 주로 활용하던 SaaS는 최근 보안 영역까지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아마존·MS·구글이 2010년대 중반부터 클라우드를 본격적으로 판매하면서 클라우드 보안과 관련된 SaaS 수요가 급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위즈아이오뿐만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대표 보안기업들이 보안 SaaS 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보안업체 팰로앨토(방화벽), 크라우드스트라이크(엔드포인트 보안), 프루프포인트(이메일 해킹공격) 등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회사당 연 3조~6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는 국내 사이버 보안산업 전체 매출(4조원)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이석호 프루프포인트코리아 대표는 "해킹 위험과 관련한 중요 정보를 미국 실리콘밸리 보안회사들이 네트워크화해 서로 공유하면서 이를 구매해 쓰는 기업들은 특정 회사 솔루션을 쓰다가 자연스럽게 다른 회사 솔루션을 복수 구매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 보안기업들이 세계 보안 SaaS 시장에서 더욱 급격하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 잘 키운 SaaS 기업, 韓 수출 새 돌파구 될 것

한국 SaaS 시장 규모는 정확한 통계가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업계는 현재 1조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마저도 슬랙, 워크데이, 마이크로소프트365, 어도비 등 미국 업체들이 주로 장악하고 있다.

업계는 SaaS 생태계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 위즈아이오처럼 다양한 성공 사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클라우드 관리형 SaaS(CMaas·Cloud Management SaaS)인 옵스나우360을 지난 2월 론칭한 베스핀글로벌이 대표적인 예다. 클라우드 관리(MSP) 기업인 베스핀글로벌은 수년간의 관리 노하우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사용량 절감·클라우드 보안 등을 종합한 SaaS를 선보였다. 이미 한국, 미국, 아랍에미리트,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 9개국에 진출했으며 2027년까지 SaaS를 통해 최소 '조 단위' 연매출을 기록하는 것이 목표다. 한류 열풍을 기반으로 생겨난 '팬 문화'를 SaaS 형식으로 만들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비마이프렌즈는 최근 미국 벤처캐피털 등에서 투자액 379억원을 유치해 화제를 모았다. 이 밖에도 AI 기반 이미지 인식(업스테이지), AI 채용(마이다스아이티), 협업 툴(스윗·잔디), 보안(지니언스·이스트시큐리티), 리뷰 마케팅(리뷰 마케팅), 검색 기반 마케팅 솔루션(어센트코리아) 등도 대표적인 SaaS 기업이다.

이한주 SaaS추진협의회장(베스핀글로벌 대표)은 "SaaS 개발을 어렵게 여기지 말고 이미 우리가 잘 사용하고 있는 것을 SaaS로 만든다고 생각하면 좋겠다"며 "이를테면 세계적으로 봐도 경쟁력 있는 교통카드 시스템인 티머니를 SaaS로 만들어 여러 나라에 팔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어

SaaS(Software as a Service): 패키지 형태로 제공되던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를 활용한 '구독형'으로 전환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미국 기업 세일즈포스가 2000년대 초반 영업 마케팅 전용 SaaS를 개발하며 시장을 개척했다. 워크데이(인적 자원 관리 SaaS), 줌(영상회의 SaaS) 등이 유명하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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