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최악 경기장 참사’ 솜방망이 처벌에 유가족 분노

김서영 기자 2023. 3. 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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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지방법원에서 열린 칸주루한 스타디움 압사 참사 재판에 경찰 기동대 지휘관 하스다르마완이 출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역대 최악의 축구장 참사’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칸주루한 스타디움 압사 사건 책임자 처벌을 두고 사회적 반발이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알자리라 등에 따르면, 칸주루한 스타디움 압사 유가족 상당수는 내주 예정된 재판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그동안 겪었던 일들에서 너무 큰 트라우마를 입었고, 당국의 무책임함에 환멸을 느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수라바야 지방법원은 칸주루한 스타디움 참사와 관련해 기소된 경찰관 3명 중 2명에겐 무죄를, 최루탄을 발사하도록 명령한 경찰 기동대 지휘관 1명에겐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날 판사가 판결문을 낭독하자 유가족들이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고 AFP는 전했다. 한 유가족은 “판결이 불만족스럽고 실망스럽다. 정의가 산산조각난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정의는 없었다. 이번 사건이 조작됐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1일 칸주루한 스타디움에서는 축구 경기가 끝난 후 관중 135명이 압사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홈팀 아르마FC가 패배하자 흥분한 팬들이 경기장 안으로 난입하자 경찰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관중들이 최루탄을 피해 출구로 몰렸지만, 훌리건의 진입을 막기 위해 출구 대부분이 처음부터 잠겨 있던 탓에 압사 피해가 커졌다.

지난해 11월1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동자바주 말랑에서 축구 팬들이 ‘전부 최루탄 때문이다’라는 현수막과 칸주루한 스타디움 압사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후 경찰이 그라운드 뿐만 아니라 관중석에도 최루탄을 쐈다는 증언이 이어졌고,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일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기장 보안 규정은 관중을 통제하기 위해 최루탄 등의 가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구성한 합동진상조사단에서도 경찰이 최루탄을 사용해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이번 사건 재판부는 홈팀 관계자와 경기장 보안 관리자에 대해서는 과실치사 혐의로 각각 징역 1년6개월과 징역 1년을 선고해 놓고도 정작 최루탄을 사용한 경찰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군중들의 행동이 최루탄 사용 결정에 기여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최루탄 사용의 책임을 군중들에게 돌린 것이다.

이날 판결 이후 대학생 수백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번 참사로 아내와 두 딸을 잃은 한 남성은 “판결은 부당하다. 만약 내가 길에서 누군가를 때려 뼈를 부러트렸더라도 이들보다 더 많은 형량을 받았을 것”이라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또 다른 생존자는 “135명이나 죽었는데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5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FIFA U-20 월드컵에서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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