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중단 위기 학생들의 든든한 후원자···울산 ‘꿈키움멘토단’

백승목 기자 2023. 3. 1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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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교육청 ‘2023년도 꿈키움멘토단’이 지난 7일 발대식을 열고 학업중단 위기 학생들을 위한 상담 및 진로 지원활동에 들어갔다./울산시교육청 제공

교육복지 전문상담사 박남주씨(52)는 지난해 울산지역 3명의 학업중단 위기 여고생을 돌봤다. 이들 중 2명은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채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만큼 상황이 위태로웠다. 이에 박씨는 위기 학생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상담방향을 정했다. 우선 그는 아이들에게 예쁘게 생긴 밴드를 선물했다. 극단적 선택의 충동이 일어날때 마다 손목에 붙여둔 밴드를 쳐다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위기상황에서 조금씩 벗어났다.

박씨는 19일 “아이들은 자신의 위기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때가 많다”면서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미래의 꿈을 갖도록 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울산시교육청이 운영중인 ‘꿈키움 멘토단’이 학업중단 위기 학생들에게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꿈키움멘토단이 지난해 9월 울주군 언양읍 소재 마을교육공동체 거점센터에서 위기학생들과 함께 과일청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울산시교육청 제공

꿈키움 멘토단은 울산시교육청이 2021년부터 운영해온 것으로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할 수 없다’는 노옥희 전 울산시교육감의 교육철학이 담긴 자원봉사 성격의 모임이다. 노 전 교육감은 지난해 12월 심근경색으로 별세했다.

멘토단은 학업위기 학생과 1대1 형식으로 주 1~2회 학업·진로·심리상담을 한다. 금속·목공예 같은 제작체험을 비롯해 영화·연극 또는 미술관·박물관의 작품을 감상하거나, 수제쿠키 만들기 같은 요리 체험을 함께 하면서 친밀감을 높이고 학업을 계속 이어가도록 유도한다.

멘토단은 현직교사·전문상담사·기업체종사자 등 직업이 다양하고, 위기학생 상담경험이 많은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이유범씨(63·현영기업 부장)는 과거 10여년 동안 울산마이더스고교, 현대공고, 울산에너지고교 등 직업계 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멘토링 활동을 해왔다. 그는 지난해 인문계 고교 3학년인 학업중단 위기 학생 1명을 돌봤다.

이씨는 “상담대상 학생의 장단점을 분석해 장점을 크게 키워주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맡은 학생이 위기상황에서 벗어나 IT산업 쪽으로 진로를 정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면서 “얼마전 전화를 걸어와 ‘꼭 성공해서 선생님 찾아뵐게요’라고 인사하는 모습에 참 뿌듯했다”고 했다.

꿈키움멘토단이 지난 6월 울주 대운산농원에서 위기학생들과 함께 감자빵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울산시교육청 제공

배은주 신언중학교 전문상담교사(49)는 “학업중단 위기 학생들은 여러차례 의논할 상대가 필요하다는 위기신호를 보낸다”면서 “그럴 때 아이들이 왜 학교생활과 학업에 흥미를 잃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고 말했다.

울산시교육청은 올해 1월과 2월 꿈키움 멘토단을 공개모집해 전체 지원자 48명 중 32명을 최종 멘토로 선정하고 지난 7일 위촉장을 수여했다. 이들은 기존 멘토 17명과 신규 멘토 15명이다. 멘토단은 2021년 25명으로 최초 발대식을 가진 후 해마다 조금씩 늘었다.

올해 신규 멘토가 된 홍창용씨(56·현대중공업 안전담당)는 산업안전기사·기능장·직업능력개발 훈련교사 등 여러개의 자격증을 소지한 베테랑 직업인이다. 그는 “직업계 고교 3곳에서 4~12년의 멘토링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진짜 필요로 한 것들을 채워주고 싶다”고 말했다.

꿈키움멘토단이 지난해 9월 울산마을교육공동체 거점센터에서 위기학생들과 목공예 체험을 하고 있다./울산시교육청 제공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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