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걷는 인생’, 정답은 없지만 방법은 있다[화제의 책]

엄민용 기자 2023. 3. 1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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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때문에 나만큼 아파 봤니 표지



운명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말이야 쉽지, 삶을 자기 뜻대로 꾸려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과연 될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탓에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하지만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높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려는 사람도 있다. ‘영어 때문에 나만큼 아파 봤니?’(김재흠 지음 / 행복에너지)라고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진 김재흠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장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1993년 서른 살의 늦은 나이에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공직에 들어오기 전 보험회사에 다니다가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합격했다. 공직에서는 재난수습지원과장, 안전개선과장, 재난복구정책관, 재난협력정책관 등 재난 관련 부서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을 많이 해 왔다.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근무도 했다. 공무원으로서는 승승장구한 셈.

그러나 그에게는 반평생 가까이 떨쳐내지 못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영어를 지지리도 못 한다는 것. 실제로 그는 1983년 학력고사 때 영어 과목에서 50점 만점에 12점을 얻었다. 이 때문에 재수를 해야 했고, 죽어라 공부한 공무원 시험에서도 영어점수는 과락을 면하는 수준이었다. 공무원이 된 뒤에도 영어만 보면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렸다.

그렇게 근 반평생을 영어 콤플렉스에 시달려 온 그가 4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영어공부에 다시 뛰어들었다. 싱가포르 대사관에서 근무하면서 영어 때문에 겪은 최악의 상황이 단초가 됐다. 이후 현지 외국인의 코칭과 그의 절실함 속에 조금씩 그의 귀가 뜨이고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생활영어의 달인’이 된 그는 OECD 한국대표부에 근무하면서 전 세계의 다양한 영어를 접하게 됐고, 이제는 외국인들 앞에서 유창한 영어로 강의를 할 정도가 됐다. 재난 예방과 복구에 관한 강의를 영어로 할 수 있는 사람은 국내에서 그가 유일할 정도로 막강한 경쟁력의 소유자가 됐다.

그 과정에서 그는 보통사람으로서는 하기 힘든 일들을 실천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날마다 CNN 뉴스를 듣고, 영어신문을 읽었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외국인과 영어로 소통했다. 그런 생활에 젖다 보니 영어에 재미가 붙기 시작했고, 영어 실력도 급속도로 늘었다.

그러나 ‘영어 때문에 나만큼 아파 봤니?’는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요령을 들려주는 책은 아니다. 저자가 전하려는 얘기는 영어가 아니라 ‘삶의 지진아’가 ‘삶의 고수’가 되는 비법이다.

예를 들어 현재 MZ세대들이 공무원을 하기란 쉽지 않다. 초임 보수가 낮고 연금 혜택도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직은 여러 다른 좋은 혜택이 있다. 신분보장이 확실하고 육아휴직 같은 복지제도가 민간기업에 비해 잘 갖춰져 있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면 자기계발 기회도 주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에 대한 기여’가 중요하다. 조직에 기여를 많이 한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조직에 기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국민에 대한 봉사’다.

이런 식이다. 김 원장이 이 책에서 말하려는 것은 누구든 미래를 열어 가는 과정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요점’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핵심’들이다.

살다 보면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불행의 길목을 지나게 된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우리의 삶에 늘 행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억울하지만 고통의 한계를 시험하듯 버겁고 어려운 일들이 찾아오곤 한다. 그러나 버티고 버티다 보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다. 희망의 구멍을 찾든, 행운의 기회가 오든, 마음을 다잡든, 절망 같은 시간을 버티며 지내다 보면 조금씩 나아진다. 그리고 되돌아보면 예전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꽃길은 어차피 흙길 위에 펼쳐진다’고 했다. 김 원장이 하고픈 얘기도 이것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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