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나이에 배움이라는 행복 알게 돼 기뻐”...김포시 성인문해교육 ‘제9회 글꽃학교 졸업식’

양형찬 기자 2023. 3. 1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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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올해까지 101명 졸업생 배출…올해는9명 졸업
최근 김포시가 마련한 ‘제9회 성인문해교육 글꽃학교 졸업식’에서 지난 1년동안 성공적으로 한글 공부를 마치고 영예의 졸업을 맞이한 어르신 9명이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았다. 김포시 제공

 

“늦은 나이지만 가슴속에만 품고 있던 공부에 대한 한을 풀었습니다.”

최근 김포시가 마련한 ‘제9회 성인문해교육 글꽃학교 졸업식’에서 지난 1년 동안 성공적으로 한글 공부를 마치고 영예의 졸업을 맞이한 이미순 어르신(77)의 소감이다.

이날 졸업식에는 졸업생 9명의 어르신들과 강사, 가족 등이 참석해 어머니, 할머니의 뜻깊은 졸업식을 축하하고 가족들의 졸업 축하 동영상을 시청하는 등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았다.

이 어르신은 서울에서 살다가 김포로 이사와 주변 지인이나 아는 사람이 없어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외롭게 지내다 아파트 게시판 글꽃학교 수강생 모집 공고를 보고 바로 입학원서를 냈다.

글을 배우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이 어르신은 “늦은 나이지만 가슴속에만 품고 있던 공부를 막상 시작하니 마음 한구석에 두려운 마음이 컸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이 벅찼다”며 “받아쓰기 시간은 언제나 어렵고 잘 떠오르지 않으나 함께 공부할 수 있어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직장에 다니는 딸을 위해 손주 5명을 돌봐주며 공부해 왔다는 김선옥 어르신(70)은 “학창시절엔 돈을 벌어 동생들을 가르치고 글을 모르는 서러움에 힘든 시절을 견뎌왔으나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과 지난 세월 글을 몰라 가슴 아팠던 경험을 말하고 나면 슬픔은 절반으로 줄어들고 배우는 기쁨은 배로 늘어났다”고 지난 시간의 감동으로 떠올렸다.

김 어르신은 “‘험한 길도 함께 가면 즐겁다’라는 말처럼 공부도 여러 사람과 함께하니 학교에 오는 것이 즐겁고 배움의 꽃을 피울 수 있어 늘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또 초등학교 4학년께 교실 청소를 하기 싫어 집으로 왔는데 다시 학교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아 학교에 가지 못했다는 박정은 어르신(76)은 “성인이 돼서는 아픈 남편 병 간호하면서 경제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글을 몰라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늦은 나이지만 배움이라는 행복을 알게 돼 정말 기쁘다”고 졸업 소감을 전했다.

김포시의 글꽃학교는 지난 2014년 처음 5개 반을 개설하고 신입생을 맞이했다. 단계별 교육시간을 이수하면 검정고시를 치르지 않고도 초등학력을 취득할 수 있는 ‘학력 인정 기관’이다. 

이 때문에 배움을 갈망했던 많은 무학력자 및 초등교육 중도 포기자들은 글꽃학교의 문을 두드렸으며 올해까지 총 101명이 졸업장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올해 졸업생 평균 연령은 70세 이상으로 대부분 고령이지만 배움을 갈망하며 열정적으로 수업을 들은 덕에 9명의 어르신이 ‘빛나는 졸업장’을 들고 학사모를 쓸 수 있게 됐다.

양형찬 기자 yang21c@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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