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공원의 축구 현장] 축구 박물관, 만들거라면 제대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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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충남 천안에서 축구 박물관 조성과 관련한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했다.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NFC) 이전과 관련한 여러 부대 시설 조성 중 하나로 축구 박물관이 거론되고 있는데, 막상 이 주제를 다뤄보니 우리네 축구계가 그간 기록과 역사에 소홀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과거의 축구 족적만 살필 게 아니라 향후 축구가 발전해나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가 박물관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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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최근 충남 천안에서 축구 박물관 조성과 관련한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했다.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NFC) 이전과 관련한 여러 부대 시설 조성 중 하나로 축구 박물관이 거론되고 있는데, 막상 이 주제를 다뤄보니 우리네 축구계가 그간 기록과 역사에 소홀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역사학자들이 축구와 관련한 여러 조사를 해 발표한 것에 비하면 축구계에서 보존해왔어야 했던 기록과 사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백수십 년전 제물포에 정박한 영국 선원들에 의해 축구가 전파된 후 우리에게 제대로 된 축구 박물관이 없다는 건 어찌 보면 창피한 일이기도 하다. 물론 박물관 '비슷한 것'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트로피와 유니폼을 늘어놓은 진열장에 불과하다. 박물관에는 관람객들이 스토리를 이해하고 의미를 되새기며 더 나은 미래를 구상할 수 있게끔 하는 순기능이 있는데, 적어도 지금까지 한국 내 축구 박물관은 그저 내용 없는 나열과 진열 빼곤 없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에 조성하고자 하는 축구 박물관은 이 틀에서 벗어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승컵 갯수만큼이나 중요한 건 그간 한국 축구가 어떤 과정을 통해 발전해왔는지를 돌아보고, 어떻게 발전해나가야하는지를 떠올리는 계기를 관람객에게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우승컵과 유니폼뿐만 아니라 사람 얘기를 담는 게 어떨까? 한국 축구계와 해외 축구계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우리는 너무 과거 일을 빨리 잊는다는 것이다. 우리 축구계에도 선구자들이 참 많다. 이제는 흰 머리 희끗한 눈썹을 가진 노신사가 된 과거 축구 전설들이 후세 축구인들에게 전하는 당시의 기억과 교훈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교육 과제다. 결국 축구 역시 선수라는 주인공이 그려나가는 드라마라는 점을 떠올리면, 사람 얘기는 어찌 보면 트로피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유럽에서도 정말 자랑할 것이 많은 명문 클럽이 아닌 이상 볼 만한 축구 박물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맨체스터에 자리한 영국 국립 축구 박물관의 경우에는 축구와 관련된 각종 전시회나 학술회가 자주 열린다.
과거의 축구 족적만 살필 게 아니라 향후 축구가 발전해나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가 박물관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향후 한국에서 만들어질 축구 박물관 역시 같은 기능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공간, 축구를 좋아하게 될 이들에게는 더욱 흥미를 불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딱딱한 이미지인 박물관이라는 단어의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한 차원 더 나아가는 고민 없이 그저 흔해빠진 진열장식 박물관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런 박물관을 만들 생각이면 아예 손대지 않는게 더 나을 수 있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現 대한축구협회 이사)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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