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감정한 이지아와 대비되는 조승우의 따뜻한 인간미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3. 1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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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의 ‘신성한, 이혼’이 이지아의 ‘판도라’에 판정승 한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물론 같은 시간대에 편성된 드라마들은 아니지만, 새로 시작한 JTBC <신성한, 이혼>과 tvN <판도라: 조작된 낙원(이하 판도라)>은 전작들에 이어 토일드라마의 대결구도를 만들었던 게 사실이다. 두 방송사의 전작들이었던 <대행사>와 <일타스캔들>이 워낙 뜨거웠기 때문이다. <대행사>는 마지막회에서 최고 시청률 16%(닐슨 코리아)를 기록했고 <일타스캔들> 역시 마지막회 17%의 최고시청률로 끝을 맺은 바 있다.

그렇다면 <신성한, 이혼>과 <판도라>는 어떨까. <대행사>의 바통을 이어받은 <신성한, 이혼>은 <남자친구>, <서른, 아홉>으로 이름을 알린 유영아 작가의 작품으로 무엇보다 조승우가 주역을 맡았다는 점이 주목됐다. 반면 <판도라>는 최영훈 PD와 김순옥의 보조작가였다 입봉하게 된 현지민 작가 같은 이른바 김순옥 사단이 만든 작품이라는 점과 <펜트하우스>에 이어 이지아가 주역을 맡은 점이 시선을 끌었다.

결과는 <신성한, 이혼>의 판정승이다. 두 드라마 모두 전작들의 인기와 시작 전부터 생긴 화제성 등으로 각각 2회에 7.3%(신성한 이혼), 5.7%(판도라)의 최고 시청률을 찍었지만, 이제 정체를 드러낸 후 열기가 한 풀 꺾였다. 그런데 시청률이 조금씩 빠졌지만 <판도라>의 하향세는 더 가파르다. <신성한, 이혼>이 5회에 5.6%를 기록한 반면, <판도라>는 3.8%로 주저앉았다. 그 이유는 뭘까.

두 드라마 모두 전작들과 비교하면 약점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신성한, 이혼>은 소재 자체가 다소 평이하다. 최근 들어 변호사 이야기들이 워낙 많았고 그 중에서도 이혼 전문 변호사 이야기는 최근 종영했던 ENA <남이 될 수 있을까> 같은 드라마에서도 시도된 바 있다. <판도라>는 <펜트하우스>의 김순옥 사단이 만들었다는 게 양날의 검이다. 그만큼 자극적인 마라맛이 기대되지만 동시에 막장의 피로감이 떠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저마다의 약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큰 요인은 캐릭터의 매력이다. <판도라>의 홍태라(이지아)는 표면상으로는 현재 유력한 대권후보이자 잘 나가는 IT 기업 대표인 표재현(이상윤)의 아내지만, 본래 오영이라는 킬러로 키워졌다. 지워졌던 기억이 되살아나며 자신을 그렇게 만든 이들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인물이다. 따라서 홍태라가 갖게 되는 분노와 복수심은 이 드라마의 중요한 동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판도라>는 거의 강박적인 빠른 스토리 전개 속에 정작 홍태라가 가진 그 분노와 복수심에 대한 감정들을 잘 쌓아나가지 못하고 있다. 동생이 눈앞에서 차량에 의해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했는데도 그 분노의 감정이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다만 그런 액션 장면들만 남는 느낌인데, 이것은 스토리의 빠른 전개라는 강박 때문에 감정의 축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대본과 화려한 액션과 CG까지 더한 볼거리에 집중하다 인물의 감정을 간과한 연출 여기에 이지아의 전작과 별 다르지 않은 무감한 연기가 더해져서 만들어진 결과로 보인다.

반면 <신성한, 이혼>은 어찌 보면 이제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이혼 케이스들을 가져와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변호사 스토리지만, 신성한(조승우)이라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인해 보다 깊게 몰입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게 해준다. 여동생과 관련된 과거사 때문에 피아노를 포기하고 늦은 나이에 이혼 전문 변호사가 된 인물이지만, 신성한에게서는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특히 친구들인 장형근(김성균)과 조정식(정문성)이 동고동락하며 보여주는 브로맨스는 유영아 작가의 전작이었던 <서른, 아홉> 워맨스의 남성 버전 같은 느낌마저 준다.

결국 드라마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일반화해서 말하긴 어렵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는 그 누구나 꼽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신성한, 이혼>의 신성한이라는 인물이 주는 따뜻한 매력이 <판도라>의 홍태라라는 인물의 무감정한 느낌과 사뭇 대비된다는 건 그래서 이 두 작품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감의 차이가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잘 보여준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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