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차주영 "학폭 했냐고? 학창시절 이방인으로 많은 차별 당해" [인터뷰M]
파트2 공개 3일 만에 전 세계 시청 1위를 차지하며 강력한 신드롬을 가져오고 있는 '더 글로리'에서 '최혜정'을 연기한 차주영을 만났다.
극중 문동은을 괴롭혔던 5명의 악인 중 1인인 '최혜정'은 학교폭력의 가해자이면서도 그 무리의 친구들에게서 따돌림받지 않으려고 온갖 굴욕적인 모습을 감내하고 빈대같이 들러붙어 눈물겹게 하루를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작품이 글로벌한 히트를 하며 '동은 5적'(문동은 을 괴롭힌 5명의 인물들을 가리키는 말)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그중 차주영은 외국어에 능통한 지적인 이미지로 현실에서의 반전 매력을 선보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차주영은 "같이 연기한 배우들도 캐릭터와 가장 현실 모습이 다른 인물로 저를 지목하더라.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나게 된 배우들이고, 저를 봤을 때 '최혜정'으로 봤기에 제가 늘 휘젓고 다니고 텐션이 높은 사람일 줄 알았다고 하더라."라며 주변 배우들의 반응을 전했다.
그러며 "파트 2가 공개된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을 찾아보고 있는데 오늘 아침에 본 글 중 '우아하고 고급 진 날라리'라는 표현이 너무 마음이 들더라. 많은 분들이 저는 잘 모르시니까 캐릭터의 모습을 너무 잘 봐주셔서 감사했지만 실제 저를 표현하는 말로는 저 말이 딱이었다. 실제로는 많이 차분하고 진중한 모습이 많은데, 전반적으로 실제 저와 캐릭터 간에 괴리가 크기는 하다"라며 실제 성격을 알렸다.
원래는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지만 이 작품을 통해 변화된 부분이 있다는 차주영은 "습관이 무섭더라. 한동안 최혜정으로 살다 보니 그동안 말을 많이 아끼고 하고 싶은 말도 꿀떡 삼켰던 저에게 좀 더 표현하는 성향이 생겨났다. 개인적으로 반가운 변화다."라며 알렸다. 그러며 "작품 속에 혜정이가 욕을 많이 하긴 하지만 자세히 보면 성질이 있는 편이다. 욕이 습관이 되면 어쩌나 걱정하시는 분도 계시던데 그렇진 않았다."라며 덧붙였다.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작품이었다. 혹시 캐스팅 과정에서 출연자의 학교폭력에 대한 검증이 있었나는 질문에 차주영은 "확인은 했다"라고 이야기하며 "저는 절대로 그런 적이 없다. 배우를 하기 전 이방인으로 살았던 경험이 있다. 언어도 능통하지 않은 상태로 해외에 가서 힘든 시간이 있었다."라며 학교 폭력과는 분명히 거리가 먼 삶을 살았음을 이야기했다.
차주영은 "힘든 시기가 있었다"라고 과거를 회상하며 "이 드라마가 학교폭력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거기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라 생각한다. 사회 전반적인 차별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인종차별 같은 이슈가 아니더라도 사소하게 차별은 살면서 모두가 한 번쯤 겪어 볼 수 있는 것일 것. 그렇기에 주변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을 건드렸다 생각한다."라며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며 "누구나 의도했건 아니건 살면서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하루하루 그럴 수 있는데, 스스로 돌아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피해를 입혔다면 용서를 구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원래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잘못된 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스튜어디스 혜정이'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차주영은 "그렇게 저를 불러준 송혜교에게 감사하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배우들끼리 워낙 사이가 좋았다. 신마다 자칫하면 한 인물에게 비중이 치우칠 수 있는 데 모든 배우들이 '이건 너의 신이야'라며 장면마다 배려를 해줬다. 특히 송혜교는 제가 감정 잡히면 찍을 수 있게 하자며 분위기를 만들어 줬다. 그 덕에 대본대로 정확하게 할 수 있었다."라며 자신의 영광을 함께 연기한 동료들 덕으로 돌렸다.
차주영은 "촬영하면서는 본인의 장면이 더 크게 느껴졌었는데 완성된 방송을 보니 다들 너무 고생했다는 게 느껴지더라. 내가 힘들었던 건 힘든 것도 아니었네 생각되고, 울컥하는 장면이 너무 많았다."라고 작품을 본 소감을 밝혔다. 그러며 "힘없는 분들은 정말 어려울 것이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었고, 그 상황에서 용기를 내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좋은 사람도 만나게 되고 좋은 순간도 찾아온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시간이 많이 해결해 주는 부분이 있고,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당당하게 살아가다 보면 분명 좋은 날이 있을 것이다. 주변에 많이 도움을 요청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라며 문동은 같이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더 글로리'가 화제가 되며 출연한 배우들끼리 SNS에서 '연진아' '혜정아' 등 캐릭터 이름으로 댓글을 달고 친분을 과시한 것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차주영은 "이제는 혜정이를 보내야 하는 시점이다. TV 드라마의 경우 끝나는 시점이 명확하게 주어지기에 종영 인사를 할 수 있는데 OTT의 경우 언제 보실지 모르다 보니 인사를 하는 게 많이 조심스러웠다. 이제는 혜정이도 '더 글로리'의 모든 회차가 공개된 만큼 보내줘야 할 것 같다. 많은 사랑을 주신 것에 정말 감사하지만 과몰입하는 게 불편하겠다는 염두도 뒀었다. 보내주신 성원에 팬 서비스 차원에서 그런 놀이를 했었는데 특히나 가해자로 출연했었기에 이제는 그런 놀이를 더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배우들끼리 이런 고민도 함께 했었다."라며 여론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제 7년 차 배우인 차주영, 그는 "제 성향과 배우라는 직업은 아주 잘 맞지는 않는다. 저는 혼자 조용히 하는 걸 좋아한다. 혼자 살아남아야 해서 독립심이 강한다. 그런데 이번에 일을 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은 이런 거라는 걸 알게 되고 아주 좋은 영향을 받았다. 배우로서 자신감도 많이 생기고, 틀에 박힌 뭔가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도 했다. 많은 시도를 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깨져봐도 되겠다, 무서워하지 말자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작품이다."라며 '더 글로리'를 통해 배운 점을 밝혔다.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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