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옆 함박웃음 터졌던 옐레나, '행복배구'로 마친 정규시즌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V-리그 2년차,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는 마침내 트로피를 들었다.
지난 15일,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흥국생명이 IBK기업은행을 세트스코어 3-0으로 꺾으며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당시 흥국생명은 승리 혹은 패배하더라도 두 세트만 가져오면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따는 상황이었다. 이미 봄배구에서 탈락한 기업은행을 상대로 여유로운 경기를 펼치며 완승을 만들었다. 당시 김연경이 23득점(공격성공률 52.78%), 옐레나가 20득점하며 예의 그 쌍포 화력으로 불을 뿜었다.
김연경과 올 시즌 흥국생명의 주요 득점원으로 활약한 옐레나는 지난 2021-22시즌 KGC인삼공사 소속으로 V-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인삼공사 당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했지만 반면 크게 눈에 띄지도 않았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무난'이었다.
당시 옐레나는 5라운드 종료 기준으로 누적득점 672점으로 5위를 기록했다. 엘리자벳(당시 페퍼저축은행, 598득점, 6위)보다 한 계단 위였다. 기업은행은 레베카 라셈과 산타나의 늦은 교체가 있었으므로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공격성공률에서는 평균 39.44%로 5위를 기록했다. 그 밖에 서브나 오픈공격 등에 있어서는 분발했으나 뚜렷한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쉽지 않았던 V-리그 적응기간 1년이 훌쩍 지나갔다.
크게 눈에 띄는 활약이 없었기에 올 시즌 옐레나의 한국 잔여여부에 눈이 모였다. 그리고 김연경의 귀환을 알린 흥국생명은 옐레나를 지목했다.
비시즌 일본 JT마블러스와의 연습게임에서 보았던 옐레나의 서브는 훨씬 힘이 실려있었다. 한층 강해진 스파이크서브를 장착했다.
옐레나는 미디어데이에서 김연경 곁에 앉아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으로 시즌 개막을 알렸다.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숙소에서 소리를 질렀다"고 할 정도로 김연경의 합류에 기뻐했던 그였다.
그렇게 '핑크주포'로 돌아온 옐레나는 시즌 개막부터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지난 해 10월 29일은 친정팀 인삼공사를 만나 양 팀 최다득(20득점, 공격성공률 45.71%)으로 활약했다. 서브에이스를 3개나 터뜨리며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이후로도 쌍포로 활약한 김연경의 옆에서 클러치 득점, 팀 내 최다 득점을 꾸준히 만들며 기둥이 되어 팀을 떠받쳤다.
고달픈 시기도 있었다. 지난 1월 불어닥친 권순찬 전 감독 경질 및 구단 월권 사태로 초유의 '사령탑 공백기'를 겪기도 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 커다란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옐레나는 "혼란스럽지만 선수단과 함께 잘 이겨내는 것에 집중하려 한다"고 덤덤하게 말하며 어려움을 버텨냈다.
권 전 감독 경질 이후 첫 경기인 GS칼텍스전에서 36득점(공격성공률 50.77%)을 올리며 개인 커리어하이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해당 경기에서 모마가 43득점(공격성공률 54.79%)을 올리며 양 팀 최다득은 찍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탈리아 출신이자 튀르키예 명문 구단 페네르바흐체를 이끌었던 아본단자 감독이 빈 자리를 메웠다. 김연경에 이어 명장이 팀을 메우며 옐레나는 다시 '앞'만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타 팀의 쟁쟁한 용병들이 부상과 통증으로 쉬거나 이탈할 때도 옐레나는 큰 부상 한번 없이 시즌을 보냈다. 강한 승부욕으로 인한 감정기복이 종종 눈에 띄었지만 주포로서 본인의 몫은 꾸준히 해냈다.
인삼공사전(15일)을 마친 현재 기준 옐레나는 누적득점 818점으로 전체 3위, 공격성공률 42.95%로 4위, 서브 세트당 0.26으로 2위, 오픈공격 평균 38.99%로 5위, 후위 성공률 42.26% 4위 등 다방면에서 상위 5위 안에 들며 넉넉한 성적표를 챙겼다. 또한 올 시즌 여자부 시즌 1호로 트리플크라운(3월 2일 페퍼저축은행전)까지 달성했다.
김연경의 스타성에 다소 가려진 감이 있지만 함께 어려움을 딛고 정진한 옐레나 역시 승리의 주역으로 함께 트로피를 들었다.
정규리그 1위 트로피를 들었고, 이제 남은 것은 챔피언결정전 트로피 뿐이다. 물론 어느 팀이 가져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정규리그 트로피와 함께 달콤한 눈물을 흘렸던 옐레나가 시즌 끝의 끝까지 '행복배구'를 할지 기대가 모인다.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마지막인 19일 오후 4시, 현대건설과 홈에서 만난다.
시즌에 마침표를 찍는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오는 29일부터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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